한은의 금리 고육책.."숨고르기 뒤 꼭 인상"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무리수’보다는 동결하되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고육책을 11일 선택했다. 꺼내서 휘두르는 칼보다 칼집에 든 칼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75%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물가 우려를 강하게 드러내 3월 이후의 인상에 대해서 강한 암시를 줬다.


◇한은의 고육책.. ‘이번달은 아니지만 꼭 올린다’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는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돼 가고 있었다. 1월 소비자물가는 4.1% 급등하고 생산자물가도 6.2% 오르는 등 인플레 우려가 커지며 이례적이긴 하지만 2개월 연속 인상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기도 했다.

한은도 물가불안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중수 총재는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4%대 내외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가 불안의 원인에 대해서는 유가와 농축산물 가격 등을 주로 거론했다. 이집트 사태 등의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유가 급등은 외부 요인이고 농축산물 가격 급등도 계절적인 요인과 구제역, AI 등이 겹쳐진데 따른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돌발적 요인이 잦아들고 지난달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숨고르기 상태에서 지켜본다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이집트 소요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유가 불안 등의 진원지로 작용하는 데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원화 강세(환율 하락) 가능성 등 해외 시장에 불안 요인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재는 또 이달은 아니지만 분명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은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금리 동결에도 불구, 금리는 적절한 속도로 인상돼 왔다고 설명하며 "현재 금리는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금리 인상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값 안정 대책, 유가 상승 억제 의지, 담합 조사 등을 통한 식음료품 가격 인상 주시 등 범정부적 대책이 나온 것도 한은의 부담을 덜어줬다.

◇3 ~ 4월엔 인상..연내 인상폭은 1%P미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달 동결에 따라 자연스레 3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빠르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3 ~ 4월 중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경제주체들의 인식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제외한) 미시적인 대책만으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3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연말까지 향후 1%포인트 이상의 큰폭 인상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계신용잔고가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금리를 급격히 올릴 경우 소비에 부담요인이 되고 정부의 5% 성장 목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한국경제의 산출량이 금융위기 이전의 잠재성장 추세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내 기준금리가 3.25% 수준으로 제한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리 2.75%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단속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