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4월 처리 무산..재보선 후폭풍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끝내 4월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농업 분야 등에서 추가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4·27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이후 비준안 처리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어서 향후 국회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여야는 29일 국회 본회의에 한·EU FTA 비준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비준동의안 상정을 계속 반대 한데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단은 회의를 갖고 여야정 회의를 거쳐 국내 산업 피해 대책을 추가로 논의한 뒤 5월중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측 인사와 국회 재정위, 농식품위, 지경위 위원장과 양당 간사, 양당 원내대표, 원내 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모임에서 한·EU FTA에 따른 피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여기(여야정 모임)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오늘 한·EU FTA 비준안을 처리하자, 또 이 회의를 한다는 전제로 FTA와 관계없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진행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며 "5월 국회를 열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은 여당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앞서 전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전체회의에서 비준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 처리 없이 표결로 처리가 이뤄진 데 대해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추가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최근 수용한 양도세 감면 혜택 외에 농가 소득보전 직불제와 폐업 보상 지원제 개선이다. 한·EU FTA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의 상충에 따른 분쟁 해소 대책도 포함돼 있다.

특히 민주당은 4·27 재보선에서 완승을 거둔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재보선 최대 격전지에서 승리하면서 민생현안인 축산업자와 소상공인 피해 대책 수위가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FTA 비준안의 본회의 처리와 관련, “정부와 여당이 편법이나 위장수를 써서 강행처리한다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FTA 처리 지연에 따른 부작용은 외면한 채 정치 논리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6월 국회 전에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잠정 발효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6월 국회에서 9개 한·EU FTA 이행법안 처리 등 후속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이 전날 전체회의에서 피해 대책에 합의해 비준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다시 본회의 처리가 연기되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정치적인 논리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