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상대 '판금'소송 언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애플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5일 출시된 제품이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의 업그레이드 버전 성격인데다 애플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 역시 삼성전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애플 아이폰 4S에 대한 가처분 신청 여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검토 중이며, 시기는 아직 미정으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구체적 시기에 대해선 조만간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애플의 소재지인 미국보다는 유럽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시기는 유럽시간 오전으로, 우리시간으로 이날 오후에 구체적인 소송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바로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중립적이고 시장규모가 큰 유럽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우리나라가 아닌 네덜란드와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을 먼저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가 곧바로 소송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이날 내놓은 제품이 야심작인 '아이폰5'가 아니라 기존 아이폰4를 개량한 아이폰4S이기 때문. 아이폰4S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소송의 효과가 다소 반감될 수 있어 잠시 머뭇거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나올 아이폰5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폰4S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4S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다시 아이폰5에 대해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해 방어적 성격의 소송만을 제기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미 (애플이)우리가 갖고 있는 특허기술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든 경우에 소송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나 사회적인 의미나 가치 등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더 직접적으로는 우리의 고객"이라고 고민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또 "애플이 저렇게 나오니 우리도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토의 폭을 자꾸 넓혀 온 것"이라며 "그 전에는 방어차원의 반소만으로 대응했지만 상황이 공세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 제기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지금처럼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조금만 기다려달다'는 말 역시 오늘을 넘기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