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팔의 외환중계] 공포와 탐욕 사이, 그리스 악재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공포와 탐욕 사이, 그리스 악재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오늘 달러/원 환율이 급등 출발했다. 어제 종가 대비 17원이 상승한 1131원에 개장했다. 지난 밤 유로/달러가 1.3607달러, 호주달러가 1.0271달러까지 하락하는 가운데 유럽 역외시장에서 달러/원은 1136원, 현물환율로 환산할 경우 1133.25원 수준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바 있다.

* 환율 급등의 배경
환율이 급등한 것은 그리스가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를 배경으로 유로존 2차 지원에 대한 국민투표 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국제 통화 기금이 그리스에게 2차 구제금융으로 1천억 유로를 지원키로 결정했고 여기에 그리스 국채 상각 비율을 50%까지 확대해 주었지만, 그리스가 이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재정긴축에 대해서 그리스 국민들의 반대가 심해졌으며 그리스 의회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은 그리스 총리가 정치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투표 안이 제시된 것이다. 유럽정상들이 발표한 유럽구제 해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 안은 시장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그리스 총리의 도박성 정치실험 때문에 국민투표가 부결될 가능성과 이로 인해서 유럽구제 해법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위험통화와 위험자산들의 조정으로 반영되었다. 뉴욕의 3대 지수는 모두 2% 이상의 조정을 보였다.


* 최악의 예상 시나리오
그리스 국민투표 안이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주변국들의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중단되고 그리스가 궁극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다. 재정긴축의 어려움을 감당하는 대신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를 선택하게 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의 정치적, 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히 않기 때문에 그리스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경우 유로존의 장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2013년 중반까지 유럽재정안정기금을 대체하는 유럽안정기구를 세운 이후에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하려던 유로존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그리스는 무질서한 디폴트를 맞이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고 주변국들로 재정위기가 전이되면서 유로존 전체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리스크 선호도 회복 배경
그러나 이러한 사안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오늘 코스피는 장중 낙폭을 줄이는 가운데 달러/원은 반등 폭을 줄이면서 정오 이후 1120원 초반대까지 하락하는 모습이다. 그리스 국민투표 이슈가 더 이상 악재로서의 영향을 발휘하지 않으면서 해외 위험통화들의 추가 약세가 제한되고 있는 점이 서울 외환시장에도 반영된 결과다.


이에 대한 원인들 중의 하나는 시기적으로 임박하지 않은 재료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외환시장의 특성을 지적해 볼 수 있다. 국민투표 시행일이 내년 초, 빠르면 금년 말 정도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 때까지 주변국들의 정치적인 압력 내지는 조정을 통해서 국민투표가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시장은 염두하면서 관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3일과 4일에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이문제가 다루어질 예정이고 4일에는 그리스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장은 상황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뉴스헤드라인에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
최근 유럽정상회담에서 주변국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배경에는 그리스를 살리려는 의미보다는 유로존 전체를 살리려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최악의 시나리오 가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국들이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더라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리스 국민들이 재정긴축에는 반대하지만 유로존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의 정치적인 압력 내지 조정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 문제는 온전히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펀더멘탈 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국민투표와 관련된 뉴스헤드라인에 따라서 환율은 당분간 1120원에서 1140원 사이 범위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항상 공포와 탐욕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데 이번 그리스 관련 공포가 지나간다면 시장은 다시 탐욕을 품은 체 리스크 선호를 향해 움직일 것이다. 뚜렸한 리스크 회피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라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및 금리 인하 전망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줄어들게 하면서 외환시장에서의 캐리트레이드 여건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요건이다. 지난 10월 21일 이후 유로/원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같은 시기 유로/싱가폴 달러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큰 그림 상 이 두 통화쌍이 박스권내에 머무는 모습이고 달러/원의 하락세가 역시 중단된 상황이지만 유로크로스 거래가 매도포지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일부나마 유로캐리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스 국민투표 문제가 진행형일 때는 본격적인 캐리의 흐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치적인 해결을 볼 경우에는 이러한 흐름은 더 강화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현재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면 '국제외환시장극장' 에서 다음 막에 등장할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https://twitter.com/FX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