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공격적 수익률보다 안정적 성과가 우선"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 속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우리자산운용의 헤지펀드팀을 만나기 위해 지난 29일 여의도 파이낸스타워를 찾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기존의 운용역들이 근무하고 있는 8, 9층이 아닌 7층. 이 층에서 대회의실을 제외한 업무 공간은 헤지펀드팀의 자리가 유일했다.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만큼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즈월은 명확해 보였다.

'우리 헤리티지 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운용하는 헤지펀드팀은 일단 두 명의 운용역으로 꾸려졌다. 주식과 채권을 각각 매매하는 두 명의 트레이더들이 백오피스를 맡을 예정이다. 펀드의 설정액은 101억원이며 허들 5%에 성과보수는 15%로 책정했다. 타사에 비해 허들이 낮은 수준이지만 하이워터마크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꾸준한 성과관리가 요구된다.


◇친정으로 복귀한 김현태 팀장 "안정적 성과가 최우선"

↑우리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 김현태 팀장

헤지펀드팀을 이끌고 있는 김현태 이사는 모간스탠리와 HMC투자증권에서 고유자산을 운용하다가 우리자산운용으로 옮겼다. PI에서 일하기 전에는 서울투자신탁과 우리자산운용, 랜드마크자산운용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한 경력이 있으니,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프롭 트레이딩 부서에서 롱숏 플레이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초기의 헤지펀드 운용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서 헤지펀드 매니저 양성을 위해 실시한 교육에서는 강사로서 경험을 전수하기도 했다. 주종목은 주식이나 대안투자(AI)와 채권, 구조화상품 등도 취급한 경험이 있어 넓은 시각에서 시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 이사는 "과거에는 글로벌 기준으로 1000만 달러 펀드의 트랙 레코드도 인정했지만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는 펀드 규모도 1억 달러(약 1000억원) 수준이 돼야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자산운용의 1호 펀드도 1억 달러 정도로 키우려는 욕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수익률보다는 안정적인 성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라고 그는 강조했다. 올해 초 많은 자산가들이 안정적 절대수익을 노리고 해외의 재간접 헤지펀드 등에 투자했지만 실망스러운 성과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내년 초부터 헤지펀드 운용 인가를 받은 9개 운용사가 일제히 운용에 나서면서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꾸준한' 성과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이사는 내다봤다.

안정적 성과를 우선시하게 된 데는 괄목할만한 수익률을 자랑하던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금융위기에 문을 닫는 경우를 수차례 목도한 경험이 크게 작용한 듯했다.

그는 "홍콩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몇 년 동안 두드러진 성과로 자금을 대거 유치했다가도 한 해에 큰 손실을 내면서 청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타이밍 효과를 노리는 플레이보다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은 펀드 운용 체계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굴곡을 거치면서도 살아남는 펀드가 강한 시장이 바로 헤지펀드라는 설명이다.

◇헤지펀드, 기관의 사모펀드 수요 흡수할 것

초기 설정액의 규모가 국내에서 롱숏전략을 사용하는 데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매도할 만한 종목 풀이 코스피 200 가운데서도 한정적이고 종목의 순환매도 빨라 순수한 롱숏 대응이 어려운 편이다. 이에 퀀트와 이벤트 드리븐 등을 가미한 운용을 구상 중이며 향후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커버리지도 아시아권으로 넓혀 관련 인력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레버리지의 경우 차입 비용이 해외에 비해 비싼 편이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는 앞으로 헤지펀드가 기존에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수요를 어느정도 흡수하면서 시장이 커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펀드당 5억원으로 장벽이 높은 편이라 우선 기관 위주의 자금으로 안정적 레코드를 쌓은 후 리테일의 자금도 유치할 계획이다.

그는 향후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헤지펀드의 차별성을 꼽았다. 김 이사는 성과보수 체계의 에 베팅하는 '롱바이어스' 헤지펀드가 사실상 채권혼합형 펀드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부분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는 펀드가 긍정적 평가를 받으리라 예상했다.

헤지펀드의 운용을 검증하는 기간은 1월부터 11월까지로 일반 펀드보다 호흡이 짧은 편이다. 이때문에 펀더멘털 리서치 외에 다른 운용자들보다 탁월한 투자 아이디어를 내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의 표현대로 "조용하지만 치열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년 이맘때는 시장의 판도가 어떤 모습으로 짜여질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