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복제펀드로 해외투자자 공략..진검승부"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의 헤지펀드 목표는 해외 투자자 공략이다. 추진 전략이 꽤 구체화된 모양새다.

이제 막 닻을 올리는 한국형 헤지펀드에게 해외 시장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막연한 꿈이라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벨이 29일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에서 만난 김의년 헤지펀드 운용팀장과 이대원 과장이 그리고 있는 밑그림은 꽤 설득력이 있다.


한투운용은 지난 2008년 홍콩에 헤지펀드 자회사를 설립하려했다. 당시 국내 금융 시장 상황에서 헤지펀드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탓에 해외에 법인 설립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터지며 사업 계획은 철수됐다.

한투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 1호의 트랙 레코드가 쌓이면 복제펀드(Mirror Fund)를 만들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물 투자에 대한 한투운용의 자신감이 승산있는 게임이라는 확신으로 연결된 듯하다. 한투운용은 뮤추얼 주식형 펀드부문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주식에 대한 분석력 및 선별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다.



▲김의년 한투운용 헤지펀드 운용팀장(좌), 이대원 과장(우)

◇페어트레이딩 위주의 에퀴티 롱숏 전략 펼칠 것

연내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 1호 12개 가운데 6개 펀드가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고 나머지 6개 펀드는 국내 시장만 투자한다.

한투운용의 '한국투자 펀더멘털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는 아시아 및 국내 주식을 바탕으로 페어트레이딩(Pair Trading)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에쿼티 롱숏 펀드다. 아시아물은 대만, 홍콩, 일본에 국한된다.

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우선 판매하고 향후 판매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환매 및 설정이 매일 가능한 점도 특징적으로 꼽힌다. 유동성이 높은 상장 주식을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매 신청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첫 출발이 양호하다. 한국형 헤지펀드 1호의 난맥이었던 시드머니(Seed Money) 모집에서 한투운용은 느긋했다. 계열사인 한국증권으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여타 운용사들이 금융계열사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 및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드머니 조달이 어려운 것과 다르다. 헤지펀드에 대한 회사의 신뢰와 선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라임 브로커인 우리투자증권의 시딩 참여 50억원과 250억원을 합쳐 300억원 수준에서 초기 운용은 시작된다. 추후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입금 여력을 남겨뒀다.

한투운용 헤지펀드 운용팀은 김영일 최고투자책임자(CIO) 직속부서로 해외주식 운용 경험을 가진 김 팀장과 국내 롱숏 사모펀드 운용경험을 가진 이 과장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한투운용 입사 1년차인 두 매니저는 서로간에 격의 없는 모습으로 한 팀으로 손색 없는 팀웍이 느껴졌다.

한투운용 헤지펀드가 주로 구사할 페이트레이딩 전략은 상관관계가 비슷한 주식을 선별해 두 주식간에 가격차가 많이 벌어졌을 경우 고평가된 주식은 매도하고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하는 일반적인 헤지펀드 운용 기법이다. 시장 상황이 활황기든 불황기든 무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는 기업분석을 철저히 해야하기 때문에 펀더멘털 롱숏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매니저들에게 헤지펀드란?

국내외를 막론하고 헤지펀드 설립 비용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당장 수익이 보이지 않는 이 시장에 매니저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홍콩의 경우 헤지펀드 설립을 검토하는데만 5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변호사, 회사계 고용으로인한 인건비 및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 등 매매를 하지 않더라도 펀드 자금의 1%는 앉아서 떼이는 구조다. 300억~400억원 규모의 소규모 펀드는 프라임 브로커가 가져가는 보수율도 높다. 최소 500억원 끌어모아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레코드가 없는데다 금융위기로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 사업은 계획단계에서 철회됐다.

국내에서는 전산 구축, 매니저 인건비 등은 홍콩과 사정이 비슷하다. 후선 업무나 준법감시인 등 필요 인력은 운용사 내부 인력 가운데 전담인력을 구성해 배치했기 때문에 추가 인건비는 들지 않는다. 하지만 홍콩과 달리 리서치 인력 활용 등에서도 차이니즈월 규정의 적용을 받는 등 예상외의 비용이 발생하면서 최소 500억~1000억원은 모아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셈법이 나왔다.

당장 헤지펀드는 국내 시장에서 수익사업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국내 운용사들 가운데 500억원을 펀딩한 곳은 전무하다. 게다가 대부분 계열사자금으로 채워져 아랫돌 빼서 윗돌 끼우는 격이다. 순수 수익금으로 계상할 수도 없는 노릇. 따라서 당장 한국형 헤지펀드는 매니저들에겐 '이상'이고 회사 차원에서는 '상품'의 하나일 뿐이다.

이 과장은 "당장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헤지펀드는 수익성을 따질 성격이 아니라 절대수익 상품 라인업 차원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향후 레코드가 누적된 이후에 펼쳐질 레이스가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펀드매니저에게 절대수익은 쫓고 싶은 꿈이다. 성과보수의 얼마가 자신들에게 떨어질지도 관심사가 아니다. 짧게는 6개월 이후 그려질 한국형 헤지펀드 지도의 어디즈음에 한투운용 헤지펀드팀의 자리가 그려질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