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열전]사라지는 젊은 '김탁구'에 한숨만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이나 하지. 누가 여기서 일 하겠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 제과점에서 일하는 양모씨(70)는 제과점에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높은 임금을 바라기 때문에 인건비가 저렴한 사람이 종업원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장 이모씨(48)도 "우리가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상대로 우위에 있는 것은 가격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빵 3개에 1000원, 하나에는 400원에 팔고 있어요. 제과점을 시작한 지 4년이나 됐는데 한 번도 가격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그나마 오던 사람도 오지 않을 것 아닙니까?"

끊임없이 재료비가 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임금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제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빵 3개에 1000원에 파는 권모씨(25)는 주말에도 부모님이 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가게를 대신 봐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임금 때문에 다른 종업원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 내가 직접 가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인 제과점의 노령화는 결국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권씨는 지적했다. 그는 "개인 제과점의 경우 프랜차이즈 제과점처럼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50대이신 아버지가 직접 빵을 만드시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에 비해 기술력도 떨어지고 기계설비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제빵이나 제과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배우는 사람들도 프랜차이즈 제과점이나 대형호텔만 선호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모씨(37)는 이러한 변화도 모두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서면서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10년 전만 해도 제빵 배우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제빵을 배우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월급 50만원 받아가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건 제과점을 차리겠다는 목표가 있었죠. 이제는 누가 그렇게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냥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물건 받아다가 팔면 되는데."

특히 1~2명이 일하는 소규모 제과점은 피해가 더 크다. 제빵 기술 없이 제과점 영업을 시작한 경우에는 직원 1명 그만두면 당장 폐업을 고민해야 한다.

나씨는 "기껏 기술을 배워도 대형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면 기술을 쓸 데가 없다"며 "15명으로 이뤄진 제과점 운영자 모임이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은 이미 제과점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과제빵을 전공한 송모씨(28)는 "젊은 사람들은 사실 개인 제과점 근무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몸은 더 힘들고 수당은 적고, 그렇다고 개인 베이커리에서 기술을 더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라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고객들이 이러한 개인 제과점의 고충을 알리 없다. 서울 강북구에서 개인 제과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53·여)에 따르면 고객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점에 비교해 으레 가격이 싸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

김씨는 "재료도 비슷하고 레시피도 같은데 열심히 만들어서 팔려고 내놓으면 왜 더 싸지 않으냐고 불평한다"며 "이러한 선입견들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