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증권사 IB맨'이 헤지펀드 책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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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경 기자

더벨|이 기사는 02월01일(15:03)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도 헤지펀드의 본격적인 운용과 판매가 시작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에서 주목한 책이 있으니 바로 <헤지펀드의 진실, 펀드 매니저의 고백>이다. 저자인 라스 크로이저가 헤지펀드를 설정해 운용 전략을 짜고 프라임 브로커 선정, 투자자 모집, 그리고 투자 실패로 펀드를 청산할 때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지욱 삼성증권 이사

그런데 이 책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한 번역자의 이력이 남다르다. 번역자는 삼성증권 IB사업본부에서 RM으로 재직 중인 김지욱 기업금융담당 이사.

그는 JP모간, BNP파리바, HSBC, 대우증권, 외환은행 등을 거친 IB 경력 17년차의 베테랑이다. 그가 속한 삼성증권의 IB사업본부 기업금융 3팀은 외국계에서 소위 'FIG(Financial Industry Group)'로 분류하는 금융회사와 공기업 관련 인수합병(M&A)과 파이낸싱 자문을 하고 있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면면을 살펴보면 굵직굵직한 딜들이 눈에 띈다.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딜을 JP모간,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진행 중이고, 예금보험공사의 제주은행 소수지분 매각, 자산관리공사의 교보생명 매각, 기획재정부 국고국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행 주식의 블록세일을 추진 중이다.

외환위기 당시 시중은행들의 M&A가 진행될 때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조흥은행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딜을 외국계와 공동 진행했으며 우리금융지주를 상장시키기는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담당하고 있는 커버리지 업무만큼이나 그가 국내에 소개해온 책들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KKR이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를 공동 번역해 출간했다. 차입인수(LBO)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던 시기에 바이아웃 기법의 구체적인 예와 기업가치 향상의 역할을 조명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난해에 출간한 <풀스 골드>는 금융위기를 촉발한 신용파생상품이 만들어진 과정부터 세계 경제를 대재앙으로 몰아넣기까지의 역사를 그려냈다. 이어 번역한 <헤지펀드 열전>과 <헤지펀드의 진실, 펀드 매니저의 고백>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탄생과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번역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담근 배경에 대해 그는 "불혹의 나이대에 문득 IB 업무를 해서 쌓은 지식을 혼자 만의 것으로 남겨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대우증권 출신의 김규진 씨와 의기투합한 김 이사는 역서마다 해당 주제에 관련된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초청해 공동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이빗에퀴티(PE)에서 신용파생상품,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김 이사가 다룬 주제들이 광범위하지만 그가 과거에 맡았던 업무와 크고 작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 김 이사는 "한 때 PE를 운용하고 헤지펀드를 셋업하는 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 와 <헤지펀드 열전> 번역에 도움이 됐고, <풀스 골드>의 경우 주니어 시절 몸담았던 JP모간의 역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흔히들 번역을 '엉덩이로 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머리를 써서 손쉽게 해치우는 일이 아닌, 진득하게 앉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커버리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병행이 쉽지 않겠다는 질문에 그는 "원래 잠이 없는 체질"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새벽 4시부터 출근하기 전까지, 그리고 토요일이 그가 작업을 하고 공역자들의 원고를 총괄, 감수하는 시간이다.

생활의 자투리 시간을 오롯이 할애해야 하는 데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 만한 주제가 아님에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번역이 그가 맡은 딜과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제대로' 번역된 경제 서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가 시의성 있게 선보였던 책들은 국내 시장에 지침을 제공했고 유효한 감독 방안을 고민하는 당국 관계자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줬다. 수많은 변수가 개입하는 정부 지분 딜을 따낼 때도 학구적 열정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의 다음 관심사는 중국이다. 김 이사는 "남은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중국으로, 향후 10~20년 안에 금융의 중심이 월가에서 베이징과 상하이로 옮겨가리라 본다"면서 "IB 뱅커들이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