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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조 큰손 목소리 내야" vs "기업 경영간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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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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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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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 논란 재연되나

올 주총시즌이 지난 13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개막하자마자 국민연금의 보유지분 의결권 행사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최근 열린 하이닉스 임시주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선임과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이 사퇴하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한 탓이다.

자칫 지난해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추진할 당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권의 입김이 큰 국내 여건상 '관치'를 심화시키고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해에도 이런 걱정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곽 위원장의 개인 견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 가라앉았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어떻길래=시민단체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에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논의에 대한 불씨를 지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무법인 율려의 서정욱 변호사 등은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으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중립의견을 낸 것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편의 봐주기"라며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안건 2175건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것은 153건(7.0%)에 불과했다. 그만큼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의 주총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해 KTB투자증권, 서울반도체, 카프로, 한일이화, 하나마이크론 등 중소·중견기업의 임원 보수승인 안건에 반대했고, 분식회계설에 휩싸인 신텍의 임원선임에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부담이 적은 경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부담이 있으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과거 주요 그룹 회장의 이사선임을 반대한 적도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는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거나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이사후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괜찮나=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50조원을 운용하는 증시의 최대 큰손답게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했다.

지난해말 현재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는 591개사로, 전체 상장사 1819개 중 32%를 차지한다. 이중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곳만 174개사에 달한다. 상당수 상장사의 주요주주로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대해선 삼성생명에 이어 2대주주다. 이건희 회장보다 보유지분이 많다. 또 국내 최대은행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지분을 각각 6.12%, 7.59% 보유한 최대주주다. 포스코 역시 6.4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밖에 CJ제일제당(9.59%) 엔씨소프트(9.22%) CJ CGV(9.07%) OCI(6.82%) 고려아연(6.00%) 등의 지분도 5~9%가량 보유하면서 2대주주로 있다.

이런 지분율만큼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의결권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도 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도 키우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논란이 벌어질 당시 국회 연금제도개선특위 소속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무엇보다 '관치'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소위든,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민간인들로 채우든 국민연금이 정부(보건복지부) 산하로 돼 있는 한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진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국민연금의 설립목적인 국민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부합하느냐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한국판 '포커스리스트' 만들어야=업계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그 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가 매년 6월 초 기업지배구조 관찰리스트인 '포커스리스트'(Focus List)를 발표하는 것을 든다. 물론 캘퍼스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명 '데스노트'(Death Note)로 불리는 이 리스트는 미국기업들엔 공포의 대상이다.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물론 주주들의 집중적인 공격까지 받는다. 월트디즈니, 애플 등 굴지의 대기업도 뒤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독립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시민단체에 개방해 한국판 '포커스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치논란까지 불식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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