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회장 "못할거라 했던 일 해냈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바이오회사가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절대 만들어 내지 못할 거라고 했죠. 안된다고 했던 일을 해낸 것이라 더 뿌듯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인정받은 것이죠. 앞으로 나오게 될 바이오의약품들의 성공확률도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서정진 셀트리온 (187,000원 ▼4,500 -2.35%) 회장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돼 있었다. 2000억원을 투자해 6년을 공들여온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최종 임상결과를 국제학회에서 공식발표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일 (현지시간) 류마티스관절염 항체 치료제 레미케이드와 바이오시밀러 'CT-P13'의 임상적 동등성을 입증했다는 결과를 유럽류마티스관절염학회(EULAR)에서 공식발표했다.

이날 셀트리온은 임상결과를 토대로 참석자를 상대로 임상결과에 대한 구두발표(오랄발표), 포스터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직후 가진 통화에서 서 회장은 "한국 바이오회사가 세계적인 학회에서 전 세계 제약회사들의 주목을 받는 단계까지 왔다"며 "그 동안 국제학회에서 괄시를 많이 받았는데 그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수년전부터 세계 국제학회에 꾸준히 참석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임상자료가 없던 탓에 "너희들이 국제학회에 왜 왔나"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그랬던 셀트리온의 위상이 달라졌다. 서 회장은 "국제학회에서 셀트리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동등성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쉽지 않은 일은 해냈기 때문에 EULAR가 우리를 초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판매가 본격화되면 상업적인 성과 이외에도 환자와 국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서 회장의 생각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는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국가 의료재정을 거들어 줘야하고, 약값이 비싸서 치료를 못 받던 환자들이 많이 치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오리지널과 효과는 동등하고 가격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환자가 레미케이드를 1년간 투약하는데는 1만2000달러 정도가 든다. 화학물의약품에 비해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낮지만 어지간한 재정상황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은 중환자만 보험혜택을 받게 돼 있다. 서 회장은 "자국의 환자들이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가를 결정하는 관행에도 맞으면서 많은 환자들이 값싸게 항체의약품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격결정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를 시작으로 바이오의약품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회장은 "9개 정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데 2016년까지 매년 1~2개씩 허가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바이러스치료용 항체, 광견병항체, 간염항체 등 3개 정도의 신약개발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는 내후년이 편할 것으로 본다"며 "이제 본격적인 사업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