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가 의료민영화 논리? 의료계 황당주장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의료민영화 논리가 숨어있다"고 공식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마저 의협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포괄수가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행에는 의료민영화 추진 의도가 숨어있다"고 밝혔다.

의사회 간 수술거부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수세에 몰렸던 의료계가 '의료민영화' 발언을 통해 역공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환규 회장은 LG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제시하며 "이들 보고서에서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포괄수가제를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제도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협은 포괄수가제 반대의 근거로 시종일관 '의료 질 저하'를 언급해왔다.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값싼 재료를 사용하게 돼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 시민단체 등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의료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자 최근 들어 '민영보험사 수익증가', '의료민영화 수순'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의료민영화나 영리병원 도입에 관한 이야기는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이후 나온 얘기"라며 "의협의 주장은 근거 없는 음모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의보 민영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곳이다.

이 관계자는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먹히지 않자 의료민영화를 들고 나왔다"며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의협은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실손 보험사가 이득을 본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시민단체 측의 설명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단기적으로 그럴 수 있지만 포괄수가제가 정착돼 보장성이 늘어나면 민영보험 의존도가 줄게 된다"며 "결국 가입자들이 민영보험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돼 민영보험의 포괄범위가 줄어들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포괄수가제는 실손 보험사에게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