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똥봉지·지하정원으로 사회 혁신하겠다는 청년들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숲을 만들겠다는 청년이 있다. 흙에 묻히면 썩는 옥수수 전분으로 반려견의 오물봉지를 만들겠다는 청년도 있다. 이런 일로 사회 혁신까지 만들어내겠단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데도 사람을 고용했다면 비효율적인 일이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지하철역 녹화사업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기계로 대체가 불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진정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박병찬 그린스테이션 사장·23)"


"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이 많은데, 대변이 담긴 비닐봉투를 그냥 쓰레기통에 넣더군요. 그걸 썩는 비닐에 담아 버리면 어떨까요? 우리는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이 친환경이 되도록 만들 겁니다.(이준서 에코준컴퍼니 대표·36)"

'경영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청년들이 창업 판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들이 쓰는 시장 혁신의 수단으로 사회 혁신을 이끌겠다고 나선다. 아이디어의 제품화 즉 제품 발명과 상용화를 통해 시장을 넘어 사회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사장(23). ⓒ그린스테이션

◇발명왕·레드닷수상자가 일으키는 사회 혁신=박병찬 그린스테이션 사장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특허만 10개를 갖고 있는 '발명왕'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전국학생과학발명대회에 나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아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린스테이션과 박 사장은 '특허'라는 개인의 무형자산과 '사회적 일자리'라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지하철역 녹화라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자 등 취약계층 5명이 박 사장의 특허로 만든 지하정원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0만 원. 상반기에만 1800만 원을 달성했다.


박 사장은 "지하철역 녹화사업은 장애인·고령자 같은 취약계층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화분을 관리하는 일은 긴 노동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린스테이션은 직원들한테 조경 관련 자격증 교육도 함께 진행해 전문인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그린스테이션은 생산의 기계화가 일으킨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사회 문제를 사업의 사회화를 통해 풀고자 한다면, 에코준컴퍼니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환경 문제를 친환경적 디자인으로 풀고자 한다.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에코준컴퍼니의 컵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 톤은 토양과 바다에서 환경호르몬 등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대안은 '썩는 플라스틱' 즉 바이오베이스플라스틱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생물자원으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은 생산단가가 비싸 대중화가 쉽지 않다.

이준서 에코준컴퍼니 대표와 3명의 직원은 '그린디자인'으로 그 벽을 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컵 윗부분에 ‘V'자 홈을 넣어 티백 손잡이가 컵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불편을 없앤 디자인으로 지난 3월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서 제품 부문상을 받았다. 레드닷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이다.

100% 생분해되는 옥수수 전분과 독일 RoHS(유해물질 제한지침) 인증마크를 받은 잉크를 쓴 이 컵의 한국 판매가격은 1만4000원이다. 도자기 재질 에코텀블러가 6000원 안팎인 것과 비교해 싸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판매액은 상반기에만 7800만 원을 넘었다. CJ 등 국내 대기업, 스웨덴의 유통사가 주고객이었다. 영국 등 현재 협의 중인 수출계약이 잘 성사되면 올해 매출 목표 2억5000여만 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전망했다. 이들에겐 친환경 문화가 강한 해외시장이 오히려 블루오션이다.

↑에코준컴퍼니 구성원 왼쪽부터 유근혁(30), 서선애(26), 이지은(29), 이준서(36) ⓒ에코준컴퍼니

◇"혁신하는 데에 미쳐라"=이들은 혁신을 통해 제2의 아름다운가게, 제2의 이지무브가 될 수 있을까? 아름다운가게는 10년 동안 재사용·재활용과 나눔문화를 전파해 지난해 수입 285억 원을 달성하면서 사회적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이지무브는 국산 장애인 보조기구를 수입제품의 '반값'으로 보급하는 시장 혁신을 통해 2010년 13억 원, 2011년 25억 원, 올해 55억여 원 등 매년 두배 가깝게 성장하고 있다.

김영식 씨즈 사무국장은 "혁신에 성공한 사회적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 안에서 지속적으로 사업 모델의 변화를 추구했다"며 "그러려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 구성원들이 자기가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가 해소되는 걸 미치도록 좋아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는 "모든 사회적기업은 사회 혁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창출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창출과 모순이 일어나는 상황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장애인 고용을 하는 사회적기업은 장애인의 낮은 생산성이란 경제성의 한계에 부닥친다.

따라서 라 교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 가치 창출과 모순을 일으키는 경제적 가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마케팅·상품 개발·생산·공급사슬·이해관계자 관리 등 5대 프로세스에서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 명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듯, 사회적기업을 잘 키우기 위해선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야 한다.

5일 열린 사회적기업 키움심포지엄에서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 교수는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지원환경 즉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발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롭게 구상할 수 있는 사회혁신형 사회적 기업의 사례로 사회적기업 지원을 공적개발원조사업(ODA) 특히 환경 분야 ODA와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