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유기 의사, 13종 약물 투여 "살인 가능성 무게"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환자 사체를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45)가 사망 가능성이 큰 13종의 약물을 섞어 투약한 것으로 알려져 살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김씨가 지난 31일 자정쯤 자신을 찾아온 이모씨(30·여)가 숨지기 전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외에도 베카론, 나로핀, 리도카인 등 마취제를 포함해 13종류 약물(생리식염수 포함)을 섞어 투약했다고 8일 밝혔다.

투약 약물 중 나로핀은 혈관주사가 금지돼있으며 베카론과 나로핀 등의 마취제를 섞어 투약할 경우 환자에게 호흡곤란과 심장정지 등을 일으켜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나로핀은 수술시 국소마취제로 독성이 있어 심장이 정지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특정부위 피부에 투약하는 것으로 나로핀 혈관 투약은 의사로서 비상식적 행위다"면서 "베카론 역시 호흡대체기로 호흡을 유지시켜줄 경우에만 투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이씨의 요청에 따라 미다졸람 5mg를 투약했으나 의식을 차리지 못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진술했으나 마취제 및 기타 약물 투약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은 그동안 김씨의 미숙한 사체처리 방법 및 진술 내용을 토대로 우발적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투약 약물에 대한 진술이 번복됨에 따라 의도적인 살인 가능성을 놓고 수사중이다.

아직까지 이씨의 혈액과 장기에 대한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고의로 살해했다는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씨의 음부에서 김씨의 정액이 검출돼 사망 전 성관계를 가진 정황은 포착된 상태다.

경찰이 김씨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김씨가 마지막으로 이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은 성관계를 암시하는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로 이씨가 "오늘요 ㅋㅋ"라고 답장했으나 그동안 김씨는 경찰에서 "영양제 맞으러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일단 김씨에 대해 사체유기 외에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새벽 2시 40분쯤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H산부인과를 찾아온 이씨에게 약물을 투약한 뒤 이씨가 사망하자 같은날 새벽 4시 30분쯤 부인 서모씨(40·여)와 함께 한강잠원지구 주차장에 이씨의 사체를 유기하고 도망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