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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한국전력 기업어음 5조원 돌파

더벨
  • 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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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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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일반CP의 10분의1, 자칫하면 자금시장 돈맥경화

더벨|이 기사는 08월10일(11:5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23,600원 ▲100 +0.43%)의 기업어음(CP) 발행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급기야 5조 원을 돌파했다. 단일 기업의 발행으로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역대 최대인 것은 물론이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제외한 일반 C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CP는 기업이 자금의 수급상 일시적인 불일치가 발생했을 경우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기자금으로 상당한 유동성 위험을 수반한다. 특히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이 지나칠 정도로 대규모 CP를 발행하면, 예기치 못한 신용경색이 왔을 때 한국전력 자체가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돈이 필요한 민간 기업들의 조달 루트를 차단해 대대적인 자금 부족 현상을 유발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전력수요 증가, 채산성 악화, 자금부족 심화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기업어음 잔액은 5조1200억에 달하고 있다. SH공사·한국가스공사·현대중공업·LH공사 등 잔액 2조 원이 넘는 빅 이슈어들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국내 일반 기업어음(ABCP 제외) 시장 규모는 총 발행사 205개, 총 발행잔액 51조 원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력 한 곳이 전체 일반 CP의 10%나 되는 물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공사의 CP 발행이 원래 많기는 했다. 2008년 3월 이후 월말 잔액 1조 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상 기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난해 여름 이후에는 2조 원 전후의 잔액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올 들어서는 CP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초 2조 원을 시작으로 1월말 2조3300억 원, 2월말 2조6200억 원을 거쳐 4월 3조 원을 돌파했다. 6월말 반기 결산 효과도 없이 잔액은 3조8900억 원에 치솟았고 7월말 4조5700억 원까지 증가했다. 8월 들어 불과 7영업일만에 5500억 원이 순발행돼 현재 5조1200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전력공사 기업어음 급증은 전력 수요 급증과 영업채산성 저하, 잉여현금흐름 상 자금 과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전력공사는 산업 특성상 재고자산이 거의 없고 매출채권 회전율도 상당히 빠르다. 이 때문에 운전자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채산성 악화에 따른 저조한 현금창출력이다.

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제한으로 오래 전부터 영업 적자에 허덕여 왔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전력구입가격은 38.2%나 올랐다. 반면 판매단가는 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09년 잠시 LNG 가격 하락, 전력수요 감소, 석탄발전소 증설 등으로 전력매입가격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 다시 연료가격이 급등하며 큰폭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판매단가 인상이 주춤하면서 채산성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3조5929억 원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전력 판매가격은 올해에도 구매단가 상승에 미치지 못해 저조한 현금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연간 4조~5조 원의 송배전 관련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대규모 외부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차입금 증가는 막대한 금융비용 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기업어음의 폭발적 증가는 점점 심각해지는 현금 과부족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다.

◇ 옵션 CP, 2조원 이상..금융위기 시 리스크 증가

한국전력공사 기업어음의 또다른 특이점은 옵션 CP(계속매매조건부 기업어음)다. 현재 잔액 중 2조 원 이상이 중장기 할인어음이 차지하고 있다. 이 물량은 프로그램 ABCP처럼 일반적으로 3년 가량의 약정 만기를 맺고 1개월~3개월 단위로 자동 롤오버된다. 은행 종금계정이나 증권사에서 사실상의 대출 혹은 대여금 형태로 취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공사에서도 재무제표상 단기차입금이 아니라 장기차입금 항목에 넣어 지표상 위험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3월말 한국전력공사의 기업어음 잔액은 2조62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상 단기차입금은 6200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2조 원은 옵션CP 형태로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돼 있었다. 1조9000억 원은 한국외환은행 종금 계정, 나머지 1000억 원은 삼성증권에서 취급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우량 공기업이라고 해도 옵션 CP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거래상대방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며 "은행이 일방적으로 약속 이행을 거부할 수도 있고, 감독 당국의 제재와 같은 제도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 CP의 지나친 확산은 민간 CP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위기 시 단기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라며 "CP는 금융시장 불안에 가장 빠르게 충격을 받는 곳이어서 특정 기업으로의 쏠림은 시장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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