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현직 대통령도 못한 정책?

▲ 전국의 대학생들이 전공 교재를 반값에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인 '북장터'를 만든 최병욱 씨 ⓒ머니투데이

홍익대 4학년 A씨(27)는 이번 학기 경영학과 수업을 7개 신청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구입한 교재는 6권. '맨큐의 경제학'(3만9000원), '신회계학원론'(3만5000원), '경영학원론'(2만6000원), '조직행동'(3만5000원), '새로 쓰는 마케팅'(2만9000원), 'Ross의 재무관리'(3만5000원) 등 책값으로 19만9000원을 지출했다.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38만6000원이라는 최근 한 업체의 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20만원에 육박하는 새 학기 책값은 한달 생활비 절반을 웃도는 셈이다.


등록금도 문제지만 새학기 책값도 만만치 않다. 구상은 간단했다. 새학기 교재 값이 수십만원인데, 줄여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최병욱씨(28·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는 대학 전공교재를 반값에 거래하는 인터넷사이트 '북장터'(campustalk.co.kr)를 1년전 열어 운영중이다. '반값 등록금'도 좋지만 학기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대학 전공교재를 반값에 거래하는 '반값 책값' 인터넷장터가 학생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믿었다.

최씨는 "한 과목을 들었던 학생이 60명이라면 다음 학기에도 60명이 수업을 들을텐데 두 그룹을 연결시킨다면 책값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북장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북장터의 회원수는 약 9000명, 하루에 올라오는 중고 교재는 200~300건이다.

최씨는 북장터 성공 요인으로 '간편한 시스템'을 꼽는다. 판매자들은 온오프 기능을 통해 팔고 싶은 책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고, 구매자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거래도 가능해 원하는 책을 싼 값에 구할 확률이 높다. 최씨는 "중고책 거래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카페가 너무 불편했다"며 "북장터를 만들 때 1순위로 고려한 사항은 '무조건 단순하고 쉽게'"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사이트 오픈 이후 최씨는 서울시내 10개 대학교 커뮤니티와 중고카페 등을 모니터링하며 대학 교재를 판다는 학생 등에게 '북장터에서 팔아달라'고 연락을 보냈다.

학기 초 2주 동안 수업을 모두 빠지고 서울 시내 7개 학교 앞에서 전단지도 돌렸다. 포털사이트에서 '전공 서적', '중고 대학 교재'와 같은 검색어가 북장터로 유입되도록 온라인 마케팅도 했다.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입소문도 났다.

북장터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직거래 장터'. 광고 배너 하나 없다. 최씨는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용해 책값 부담을 덜기 위해 연결해주는 장터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친구 1명과 함께 북장터를 운영 중이다. 서버 비용 180만원은 각종 경진대회와 공모전 입상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광고 제의는 대부분 거절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다면 고려해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국 4년제 대학은 200여 개, 학교당 평균 1만 명 이상의 학생이 있다. 최씨는 "북장터를 통해 새 학기 전공 서적 구입비를 1만 원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200억원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대학생을 위한 직접적인 반값 정책은 하지 못했다"며 "한 학기 15만~20만원 가량을 책값으로 사용하는 대학생들에게는 북장터가 어떤 정책보다 값지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