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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셜록>, 21세기 ‘덕후’를 집결시킨 19세기에서 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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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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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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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셜록>, 21세기 ‘덕후’를 집결시킨 19세기에서 온 그대
1893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던 < 셜록 홈즈 > 시리즈를 집필하는 게 지겨워진 코난 도일은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와 모리어티를 라이헨바흐 폭포 아래로 떨어뜨렸다. 명탐정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2만 명 이상의 독자가 < 셜록 홈즈 >가 연재되던 < 스트랜드 매거진 >의 정기구독을 취소했고 잡지사에는 욕설이 담긴 우편물이, 코난 도일에게는 홈즈의 죽음을 취소해 달라고 간청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8년간의 고집스런 침묵 끝에 1901년 ‘바스커빌 가의 개’로 홈즈가 돌아오자 < 스트랜드 매거진 >의 발행부수는 하룻밤 새 3만 부나 뛰어올랐고 출간 전 배포용 잡지를 구하기 위해 웃돈이 오가기도 했다. (마틴 부스, < 코난 도일 >)

만약 환생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19세기의 이 열혈 팬덤은 지난 1월 1일 BBC < 셜록 >의 세 번째 시즌 시작에 열광하는 21세기의 시청자들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을까. 영국 내에서만 약 920만 명의 시청자가 첫 에피소드 ‘빈 영구차(The Empty Hearse)’를 지켜봤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팬들 역시 TV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한 각종 방법을 통해 실시간으로 셜록 홈즈의 귀환을 반겼다. 셜록 홈즈를 죽인 코난 도일에게 “이런 무정한 인간!”이라는 편지를 써 보냈던 독자도, 런던 경시청으로 홈즈에게 편지를 써 보냈던 의뢰인도, < 스트랜드 매거진 >을 사기 위해 가판대 밖에 긴 줄을 섰던 팬도 < 셜록 >을 보기 위해서라면 관 뚜껑을 열고서라도 무덤에서 뛰쳐나왔을 것이다. 물론 19세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셜록 홈즈 팬, 아니 ‘덕후’(서브컬처에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오타쿠’의 줄임말)는 < 셜록 >의 제작자이자 작가인 스티븐 모팻과 마크 개티스겠지만.

시작은 당연하게도 애정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TV 시리즈 < 닥터 후 >를 만들던 모팻과 개티스는 셜록 홈즈의 광팬이었고, 어느 날 문득 “언젠가 누군가 현대의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을 연기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너무나 부러울 것 같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 셜록 >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 결과 가스등 아래 마차가 보도 위를 달리던 빅토리아 시대의 까다로운 신사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택시와 오토바이로 런던 시내를 질주하는, 자칭 ‘고기능성 소시오패스’로 변신했지만 원작의 독특한 매력과 우아함은 훼손되지 않았다. 특히 “셜록 홈즈를 현대화하는 대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원작에 더욱 충실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모팻의 말에서는 원작에 대한 제작진으로서의 존중 뿐 아니라 ‘덕후’ 특유의 외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 셜록 >에서 왓슨을 연기한 마틴 프리먼은 “모팻과 개티스는 자기 가족에 대해서보다 셜록 홈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거진 ize] <셜록>, 21세기 ‘덕후’를 집결시킨 19세기에서 온 그대
그리고 최고(最高)의 원작과 최고(最古)의 팬덤, 최강의 ‘덕후’가 만나자 거대한 빅뱅이 일어났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 등 주연 배우들은 하루아침에 영국 밖에서도 톱스타로 떠올랐고, < 셜록 > 새 시즌의 방영을 기다리는 것은 전 지구적 이벤트가 되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종교”(@StatsBritain)라는 한 트위터 유저의 농담은 이 뜨거운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팬덤 문화는 이미 국경을 넘어 엄청난 기세와 규모로 성장해왔고, 최근 몇 년 사이 텀블러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짤’이라 불리는 이미지 공유를 중심으로 전 세계 팬들을 결집시켰다. 특히 < 스타 트렉 >의 스팍과 커크, < 하우스 >의 하우스와 윌슨 등 ‘브로맨스’ 관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홈즈와 왓슨 커플을 지지하는 팬들은 팬픽을 비롯한 수많은 2차 창작물로 열정을 증명했는데, 영미권의 대표적인 팬픽 사이트 중 하나인 ‘Archive of our own’에는 < 셜록 > 팬픽만 4만 4천 편이 넘게 올라와 있다. < 셜록 >의 국내 첫 방영 당시 멜로드라마처럼 편집한 OCN의 예고편 유튜브 영상에 “South Korea, you are the BEST!” 라는 환호의 댓글이 잇따라 올라온 것 또한 유명한 일화다.

심지어 < 셜록 >은 ‘덕후’와 함께 살아 숨쉬는 ‘떡밥’의 집결체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모팻은 < 셜록 >의 하드코어한 팬들이 열정을 표하는 방식을 “게이 포르노”라고 답한 바 있지만, 허드슨 부인을 비롯한 < 셜록 >의 등장인물들 역시 끊임없이 셜록과 왓슨을 게이 커플이라 여기며 농담(농담이 아닐 수도 있음)을 던진다. 특히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죽은 것으로 위장했던 셜록이 시즌 3에서 2년 만에 돌아와 왓슨이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려는 순간 자신의 귀환을 알리고 왓슨의 콧수염을 깎게 만드는 등 일련의 상황들은 두 사람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 셜록 >에는 또 다른 ‘덕후’ 세계와의 연결고리도 숨어 있다. 셜록이 살아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모았던 앤더슨 형사의 벽에는 < 닥터 후 >의 타임머신 ‘타디스’의 사진이 붙어 있고, 셜록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기 위한 작전명이 ‘라자루스’였다고 말하는데 이는 마이크로프트 홈즈 역을 맡은 마크 개티스가 < 닥터 후 >에 출연했을 당시의 배역 명이다. 무엇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부모이자 실제 배우이기도 한 티모시 칼튼과 완다 밴덤이 셜록의 부모로 특별출연하고, 마틴 프리먼의 반려자 아만다 애빙턴이 왓슨의 약혼녀 메리 모스턴으로 등장한 것은 작품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흔들어 놓은 위트 있는 한 수였다.

< 셜록 >과 원작을 연결 짓는 다양한 단서 가운데서도 왓슨이 홈즈와 함께 해결한 사건에 대해 기록하는 블로그가 원작의 회고록 이상으로 유의미해지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21세기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의 경계는 이미 모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상 세계에서 하루 방문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블로그를 ‘실제로’ 업데이트하는 왓슨과 홈페이지 ‘추론의 과학’을 운영하는 셜록은 단지 드라마 속 캐릭터만이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 존재하는 인물처럼 팬들과 심정적 거리를 좁힌다. 허드슨 부인, 레스트레이드 경감, 해리(극 중 왓슨의 누나)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왓슨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며 가상의 ‘리얼리티’를 강화한다. < 셜로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의 주석자 레슬리 S. 클링거가 “홈즈와 왓슨이 실제로 이 세상에 살았으며 왓슨이 셜록 홈즈 이야기를 썼지만 그의 동료이자 저작권 대리인인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이름으로 책을 냈다(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코난 도일의 소설을 ‘정전’이라 부른다)는 점잖은 픽션을 불멸케 하고자 한다”고 엄숙히 선언했듯, ‘정전’과 팬픽 사이에서 탄생한 < 셜록 > 또한 이 매력적인 두 남자가 ‘지금’ 실제로 이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고 싶은 팬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 셜록 >을 향한 팬심의 핵심은 이것이 허구의 존재에 대한 가상의 애정이 아니라,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분명 런던의 베이커가 221B에 살고 있을 그들에 대한 진짜 사랑이라는 데 있다. “홈즈와 왓슨에 대해 글을 쓴 사람치고 사랑이 철철 넘치는 글을 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 존 르 카레의 말처럼, 모두들 진심이다.

- 기쁘다 셜록 오셨네
- 허드슨 부인의 은밀한 편지
- 성우 장민혁·박영재 “< 셜록 >은 더빙 자체로 인정을 받은 것 같다”
- 셜록부터 우사미 짱까지,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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