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도전' 정몽준 "아무 일도 안한 시장? 나는 다르다"

그가 나서자 6.4지방선거 구도가 출렁거렸다.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전체 선거 판세에서도 여당 분위기가 한껏 고무됐다. 여권의 '영원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몽준(63) 의원의 무게감이 가져온 변화다.

정 의원은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측 새정치연합이 전격적인 합당을 선언한 날이다. 하지만 신당 창당의 폭풍 속에서도 정 의원의 기세는 여전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등 쟁쟁한 여권 후보들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다. 본선 경쟁 상대로 꼽히는 민주당 박원순 현 시장과도 초접전 양상이다.


8일 정 의원을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 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날 아침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조기 축구를 하고 온 그는 "박 시장이 저보고 축구 하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박 시장이 인정하는 걸 잘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에 나선 그의 손에는 '향후 주택시장의 현황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이야기는 곧 주택정책으로 이어졌다.

정 의원은 "의식주라고 할 때 의와 식은 어느정도 해결됐다면 이제 문화적인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면서 "주택은 주거인 동시에 재산형성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택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 면적은 약 28.5 평방미터로 주거사정이 나쁜 일본의 35평방미터에도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을 도와서 중산층이 되게 하는 정치인이 있는데, 제가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해보겠다"면서 "그런면에서도 주택 정책이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주거와 교통을 합친 '공간 복지'라는 개념도 소개했다. 그는 "주택만 갖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교통 정책을 합친 공간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공간 복지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경전철이 그런 예"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이 되면 '일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노자의 무위(無爲)사상을 빌어 "아무 일도 안한 시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박시장을 겨냥한 말이다.

정 의원은 "서울의 인구가 줄고 서울의 활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박 시장은 인정을 안하시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가 있어도 2030년까지는 인구가 늘어나는데 서울 인구는 (이미) 1100만으로 가다가 1000만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당내 후보경선 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는 "김 전 총리는 박 시장과 비슷한 길을 걸어오신 법조인"이라고 선을 그은 뒤 "저는 장사도 해보고 체육도 해보고, 국제관계와 외교안보쪽 일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잘 나가고 있고 상승추세에 있으면 관리형 시장이 좋을 수 있지만 하향 추세를 바꾸려면 이제는 일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서도 "서울이 침체돼 있다는 평가가 있고 그런 것들 때문에 서울 시민들이 막연하나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계속:"대기업 세금혜택부터 줄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