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가 바라보는 리스크의 의미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리스크(risk)는 사전적으로 나쁜 일이 발생할 가능성 또는 투자에 있어서 가치를 잃게 될 가능성으로 정의된다. 자본시장에서는 변동성(volatility)이 리스크와 같은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투자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성과의 크기를 비교하기 보다는 위험을 감안한 지수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대표적으로 사프지수(Sharpe ratio), 트레이너지수(Treynor ratio), 젠센의 알파(Jensen's alpha) 등이 있다. 이들 지수에서 위험의 척도로 표준편차 또는 베타와 같은 변동성지수가 사용된다.


리스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사용하는 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는 손실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과 수익이 크게 창출될 가능성이 동시에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동성은 꼭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지 않으며 줄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변동성이 리스크의 척도로 통용되다 보니 변동성이 큰 투자는 위험한 투자로 인식되고 가치투자자는 변동성이 큰 투자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변동성은 리스크의 척도가 아니라고 했다. 워렌 버핏이 배터리, 휴대폰,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나 다름없는 중국기업 BYD에 투자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원금손실 가능성을 주요기준으로 삼다 보니 주식이 채권에 비해서 위험이 높은 투자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원금의 손실과 가치의 손실은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국채 투자는 원금손실의 위험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가치손실의 위험은 커진다. 원금보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키우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위험중립적인 투자자는 원금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보다는 가치손실의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치투자의 모범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주가도 늘 굴곡이 있었으며 심지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변동성 없이 꾸준하게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는 투자를 잘 모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폰지 사기로 유명한 메이도프(Bernard Madoff)가 투자자에게 보여준 성과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작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리스크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변동성을 리스크로 간주해 이를 지나치게 기피하다 보면 기회손실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변동성에 크게 노출되는 투자라 하더라도 적절한 자산배분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범위(여유자금)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가치투자의 본질에 충실한 투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