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 5%면 "땡큐, 15년 계약합시다"

달러화로 발행되는 파생결합사채(DLB)에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 5% 수준의 수익을 약속하고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달부터 국고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원화 채권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외화표시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화로 발행된 DLB는 지난달 1628억원어치가 발행됐다. DLB 발행금액이 집계된 지난해 8월 이후 월별 최고치다. 지난 1월에는 발행이 전혀 없던 것이 지난달 411억원에 이어 한달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달러 리보 금리(3개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달러화 DLB 발행이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지난달 IBK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각각 5000만달러(약 503억5000만원)어치의 DLB를 발행했고, 하나대투증권도 두 차례에 걸쳐 3980만달러(약 400억7800만원) 규모의 DLB를 출시했다. 모두 사모이며 만기는 2029년까지 15년이다. 보통 DLB 만기가 1~3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 투자 상품이다.


DLB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지만 원금은 보장되는 일종의 구조화채권이다. 달러 리보 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조달에 이용되는 은행간 금리인데 국내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교보증권 DLB의 경우 전체 투자기간 중 달러 리보 금리(3개월)가 5.5% 이하인 일수에 연 5.14%를 곱해 수익률을 계산한다. 달러 리보 금리가 낮은 기간이 길수록 투자자들에게 이득이다. 현재 달러 리보 금리(3개월)는 0.23070%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월에도 5% 초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수년간 5%대의 수익이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달러 리보 DLB에 투자된 달러 자금으로 KP(국내 기업이 이종통화로 발행한 해외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한편 통화 스왑 계약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기관투자자들로선 개별 KP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증권사가 발행한 DLB를 통해 투자하면 개별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DLB는 해당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제시된 수익이 보장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제회나 보험사처럼 연 5~6%의 수익을 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미국이 금리 상승기에 들어가면 리보 금리가 5.5%를 웃돌거나 여타 금융상품의 수익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발행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