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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규정 어겨가며 적정가격 제시…"시장 혼란만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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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학주 기자
  •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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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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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더힐 특별검토위 "가격제시는 규정 위반행위"‥국토부·감정원 무리한 조사 '밥그릇 챙기기' 지적도

그래픽=최헌정
그래픽=최헌정
한국감정원이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한남동)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겨가며 적정가격을 제시, 감정평가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왜곡되면서 논란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국토교통부는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과 잡음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서둘러 해당 감정평가사에 대한 징계조치에 들어가 '제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이번 '한남더힐' 사안을 무리하게 이용하는 게 아니냐란 지적이다.

◇감정원 타당성조사 '끊이지 않는 논란'
감정원의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조사는 시작부터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우선 심의절차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4개월간 실무를 총괄했던 조사단장이 지난 4월 갑자기 사표를 내고 감정원을 떠난 데 이어 5월1일에는 심사공시본부장(심의위원장)과 타당성심사처장(심의위원) 등이 바뀌는 등 타당성조사를 진행한 임·직원이 잇따라 교체됐다.

당초 4월30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1차 심의는 5월9일로 연기됐고 이 과정에서 13명이던 심의위원수도 규정을 벗어나 16명으로 늘어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심의과정에서 평가사들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은 채 서류만으로 심사, 양측 모두 '부정적' 결론을 냈다. 결국 논란이 이어지자 5월29일 재심의를 열었다.

하지만 재심의에서도 잡음은 계속됐다. 1차 심의 결과를 변경(부적정→미흡)하는 안에 대해 찬성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가 기명 투표로 바뀌면서 결과도 찬성에서 반대로 뒤바뀐 것. 결국 최종 결과는 모두 '부정적' 판결이 내려졌으며 해당 평가사들은 모두 업무정지 징계를 받게 됐다.

문제는 평가방식에서도 불거졌다. 감정원이 해당 감정평가사들이 하지도 않은 '원가방식' 감정평가를 문제삼아 논란을 야기한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감정원이 '부적정'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비교방식 감정평가액의 적정성 여부만 따지면 될 일임에도 굳이 감정평가서에 반영되지도 않은 원가방식 문제를 끄집어내 논란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감정원 가격제시는 시장 무시한 월권행위"
감정원이 '한남더힐' 적정가격을 제시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노태욱 강남대 교수를 비롯한 4명의 감정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한남더힐' 특별검토위원회의 '한국감정원 타당성조사에 대한 최종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타당성조사 기관인 감정원이 직접 적정가격을 제시한 것은 관련 규정 위반 행위로 드러났다.

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위원회 요강'과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규정' 어디에도 가격 검토와 제시가 기본 업무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 내규엔 감정평가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을 규정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상·하한 가격차 범위 10%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은 '한남더힐' 600가구 총액 적정가로 1조6800억~1조9800억원을 제시했다. 상·하한 가격차가 무려 18%에 달한다. 특히 전용면적 243~245㎡ 적정가는 3.3㎡당 4600만~6000만원으로 제시, 30%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노태욱 교수는 보고서에서 "30% 내외의 광범위한 적정가격을 제시한 것은 향후 이 범위내의 가격제시도 모두 타당하다는 결론으로 연결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며 "감정평가업자인 동시에 조사기관인 감정원의 가격 제시는 공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고 불공정 경쟁체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타당성조사 과정서 조사단장이 교체되는 등 잡음이 발생한 이유도 가격제시를 두고 심사위원들과 감정원 경영진과의 의견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감정원 무리한 타당성조사 왜?
업계에선 국토부와 감정원이 각종 논란에도 한남더힐 타당성조사를 밀어부치는 이유는 감정평가시장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5년 전부터 추진해온 '감정원의 공단화'를 이번 기회에 다시금 추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2009년 감정원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자 2010년 9월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감정원을 '감정평가공단'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부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1년 4월엔 감정원을 '한국감정평가원'으로 전환, 관리·감독자로서 공적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2010년과 2011년 이미 감정원이 특혜와 특권을 보장받기 위해 입법을 시도했다가 업계와 학계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었다"며 "'한남더힐' 사건을 빌미로 또다시 입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감정원에 타당성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감정원법'과 '감정평가사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국토부와 감정원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감정원은 국토부 산하기관 중에서도 '국피아'(국토부+마피아) 낙하산 인사가 만연한 곳으로 꼽힌다.

현재 감정원의 전체 임원(비등기 포함) 11명 가운데 국토부 출신 전직 공무원들은 서종대 원장을 비롯해 36.4%(4명)에 달한다. 감정원이 국토부 공무원들의 재취업 무대로 활용돼온 것이다.

2002년 말부터 국토부 출신들이 4대째 원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서종대 원장의 경우 현직 공기업 사장(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신분임에도 다른 기관장 모집에 응모, 논란이 상당했다. 감정원장 선임 과정에서 서류심사 결과가 번복되는 등 잡음도 일었었다.

한 전문가는 "비대하고 방만한 공공기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피아를 적폐하고 민영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부와 감정원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민간의 감정평가 문제를 가지고 관리·감독 권한을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한남더힐' 시행사와 입주자들은 감정원의 타당성조사 결과와 관련, 각자의 이익을 침해받았다며 각각 감사원 감사청구서를 제출했거나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더힐’ 적정가격 제시 관련 정정보도문]

[‘한남더힐’ 타당성 조사 절차 관련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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