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상환전환우선주 상장 허용 '갑론을박'

투자금 회수(Exit)에 목마른 벤처캐피탈업계는 벤처기업 IPO(기업공개)시 보유중인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그대로 상장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상환전환우선주의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환전환우선주란 배당가능한 이익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정해진 가격으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주식을 말한다. 해당 기업의 IPO가 원활하지 않으면 상환권 행사를 통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해 뒀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투자 방식이다.


문제는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수단인 상환전환우선주의 경우 투자벤처기업이 IPO에 나설 경우 보통주로 전환해야한다는 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은 우선주 상장 근거가 있지만, 실제로 상환전환우선주가 상장된 경우는 없다. 코스닥의 전초기지인 코넥스시장은 아예 관련규정이 없다.

때문에 벤처캐피탈업계는 중간회수시장으로 설립된 코넥스시장만이라도 상환전환우선주의 상장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매차익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거래량이 극히 미미한 코넥스시장에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게 된다. 이 때문에 상환전환우선주를 그대로 상장시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 투자금 회수의 물꼬도 트고 코넥스시장의 거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게 벤처캐피탈업계의 주장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은 벤처투자시 전체의 60% 가량을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매입하고, 코넥스 상장 기업 58개 중 20여곳의 상환전환우선주 1048억원 가량 투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리스크 일부를 헤지(위험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투자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보통주로 전환하는 건 무리"라며 "또 상환전환우선주는 성장가치를 반영해서 순자산가치 기준인 보통주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보유지분 확대로 뜻하지 않게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후 2년까지는 상환전환우선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상황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업계의 요구에 대해 지난 4월 개선 방안을 검토했지만 '유보'로 결론냈다. 상대적으로 주식수가 적은 상환전환우선주를 상장하면 '특정세력'에 의한 시세 조작이 가능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코스닥에서도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 상장을 허용한 사례도 거의 없다는 것도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도 우량주와 보통주의 가격 괴리가 심한 부작용이 있는데 상환권과 전환권, 우선 배당권을 가진 상환전환우선주를 상장하면 일반 보통주 주주와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보통주 거래가 활성화된 후에 상장 허용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상환전환우선주의 상장 주식수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한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이 배당할 수 있는 이익금을 갖고 있어도 대규모 상환에 따른 자금난을 우려해 상환 요구를 자제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현실을 감안하면 시장을 통한 거래조차 막는 건 지나친 규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