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메디슨 품고 성장 동맥 키운다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가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본지 단독보도 참조)2010년 그룹의 신수종사업으로 선택한 의료기기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사업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과 합병 등에 대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2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합병 전 조짐은 이미 엿보였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 수장인 조수인 사장이 삼성메디슨 대표도 함께 겸직한 것이 단적인 예다.


올 들어 삼성메디슨의 해외판매 법인을 삼성전자 해외판매 법인과 통합하는 작업도 같은 맥락이었다. 올 1분기에는 삼성메디슨의 해외판매법인 5곳이 정리됐고, 지난 2분기에도 상하이 판매법인을 정리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삼성메디슨이 출시한 제품에 독자 브랜드 대신 '삼성'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삼성메디슨은 '아큐빅스'나 '소노에이스', '유지오' 등 제품별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을 통합하는 또 다른 징후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데이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권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의 IT(정보통신)·디지털 기술력을 의료장비에 적용하면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10년 안에 의료기기 선두주자로 도약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번 흡수합병 추진에는 삼성메디슨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필립스 등과 독자적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해 3077억달러(323조원) 규모에서 매년 10%씩 성장해 2017년 4344억달러(456조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의료기기 분야에서 삼성은 후발주자다. 현재 의료기기 관련업체들은 가전에서 출발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해 일찌감치 시장을 독식했다. 2011년 외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매출은 존슨앤존슨 258억달러, GE 181억달러, 지멘스 174억달러, 필립스 123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삼성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2억5000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삼성의 의료기기 시장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도 지금까지 눈에 띌만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의료기기 사업의 청사진 자체가 불투명한 것은 아니다.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를 만들려면 반도체와 전자계측공학, 정보공학, 재료공학, 의학,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기술융합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합병을 통해 의료기기 사업부에 삼성메디슨의 노하우를 접목하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할 경우 의료기기 시장의 새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삼성메디슨이 자회사로 있을 경우 삼성전자가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사업부서 형태가 되면 연구개발비 지원 등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