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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의 컬처 톡톡]돌아올 거지?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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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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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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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의 컬처 톡톡]돌아올 거지? 그래도
인천대교를 넘어가다가 차가 거친 숨을 쉬더니 결국 퍼져버렸다. 영종도 방향으로 제 3 경인도로를 달리던 중 소래에서부터 소리가 이상하더니 결국 모든 게 피시식 마비되어 버렸다.

17년을 탔던 애마 SM5다. 아마도 인천대교 가장 높은 곳에서 최후를 맞은 몇 안 되는 차로 기록될. 폐차할 때가 되었나보다 하면서도 불안, 불안했지만 그 놈의 정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타고 다녔는데 이 높은 곳 바다를 내려다보는 곳에 묻을 줄이야!

차한테라고 정이 없는 것이 아님을 그때 알았다. 바람에 흔들리고 쌩쌩 달리는 차들 위세에 흔들리는 인천대교 꼭대기에서 래커 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차 앞뒤로 사진을 찍는데 계속 차가 녹색눈물을 뚝뚝 흘린다. '트랜스포머'에 리더 프라임이 허물어지듯, '워낭소리'에 나오는 늙은 소가 침을 흘리듯.

그 며칠 전 큰 아들이 마침내 군 입대 통지서를 받았다. 요즘은 입대하기도 힘든지 육군, 해군 다 떨어지더니 공군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21년 곁에 있었던 아들인데 이 녀석도 훌쩍 떠나버릴 모양이다. 아들 녀석이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신경이 날카로워 보인다. 요즘 몇 달간 군대 내 이런 저런 문제로 시끄러웠으니 더 그런 모양이다.

“기분이 어떠냐?” 물으니 말은 “어차피 갈 건데요, 뭐” 한다. 평소에는 ‘이스라엘 군대는 말이야…. 또 다른 대학이야’ 하면서 떠들겠지만 이때는 나도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머뭇거리다 “그동안 뭐할 거니?” 물으니 혼자서 남해안 일대를 여행하겠다고 한다. 그거 돈다고 뭐 딱히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것도 좋겠다”하는 말 밖에.

4월엔 진도 시퍼런 물에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짧았던 세월을 묻고 떠났다. 작은 떠남이겠지만 차도 떠나고 큰 아들도 떠난다. 그런 눈으로 보니 이제 집 앞에 있는 나무들 잎사귀들도 노랗게 물들면서 결국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해는 안 갔고 다시 안돌아 왔나?’ 싶지만 ‘너네 겨울 여행 가는 거니? 마지막 성장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굳이 묻고 싶은 건지. '겨울 왕국' 여왕 엘사라면 속 시원하게 눈과 얼음의 폭풍을 날리면서 ‘렛잇고’를 부르겠지만 나는 노래 실력이 신통치 않고 신통력도 없다. 생각해보니 나도 25년 직장 생활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호기롭게 나왔다 생각했지만,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고 나는 또 10년의 새로운 틈 여행을 할 거라고 했지만, 아릿함이 없을 수는 없다. 사람인데 25년 세월에 미운 정, 고운 정, 삭힌 정 없을까! 그것이 사람이든 조직이든 욕심이며 허상이든 간에.

그동안 지역 축제 몇 군데를 돌았다. 축제는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얼싸 왁자지껄하게 떠나보내는 잔치. 일부에서는 그 축제를 알량한 돈벌이나 관광객 숫자로 평가하는 듯 보이는데 본질은 떠나보냄이고 보냄으로써 다시 건강하게 돌아올 거라 믿는 회자정리, 거자필반 의식(Ritual)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올해만큼은 그 일탈적 폭발의 카니발 론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풍백우사 세우고 북치고 거울 비추고 깃발 휘날리며 위풍당당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니 비록 왁자한 축제의 시간을 거치더라도 결국 바람에 나뭇잎처럼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으니.

우리는 옆에 있는 많은 것들을 보듬어 생각하지 않았었으나 다시 생각하면 사랑했었고 기댔었으니 그냥 떠나보냄은 아픔일 것이다. 녹색 눈물을 설사 흘려도 물론 우리는 아프지 않은 척 할 테지만. 시여 침을 뱉어라 했던 꼿꼿한 시인 김수영은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많은 이의 페시미즘 시심을 울린 박인환의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며’ 떠났던… 미국으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먼 나라로/ 旅行의 길을 떠났다’처럼 환상에 떠났던… 세월을 품고 떠났던… 떠난 것 중에 아프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서 그냥 보낼 수는 없어 하늘 보며 독백하는 것일 게다. ‘돌아올 거지? 그래도’

내 전 인생 25년에게도, 17년을 굴린 애마에게도, 21년을 좋은 말 안 줬던 큰 아들에게도, 1년 푸름을 선물하다가 이제 노래져 떠나는 나뭇잎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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