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이상한 배당주 투자랩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 마케팅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기업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겠다고 나서면서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랩을 통해 배당주에 투자하면 펀드와 달리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배당주 랩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배당을 급격히 확대한 상장사에 투자할 경우 배당금에 대한 소액주주의 세율은 14%에서 9%로 낮아집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원천 세율을 낮추는 대신 선택적 분리과세(25%)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당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웃돌아 소득세 과표가 8800만원을 넘게 된다면 소득세 26.4%를 적용받게 됩니다. 선택적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배당소득에 25%가 부과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런 세제 혜택은 배당주에 직접 투자하거나 랩어카운트를 통해 투자해야 누릴 수 있습니다. 랩은 증권사에서 주식을 매매해도 개인 이름의 계좌 안에서 운용돼 개인이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것과 같이 취급됩니다.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주식의 소유주가 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절세 효과가 없습니다.

증권사들은 이 점을 이용해 배당주 랩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차례로 배당주 랩을 선보였습니다. 모두 배당활성화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배당 확대 주식에 투자한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당주 투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품도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의 '하이-KRX 고배당지수 랩'은 한국거래소가 최근 산출하기 시작한 'KRX 고배당 50'지수를 그대로 따릅니다.


KRX 고배당 50은 전체 증시에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을 추려 지수화한 것입니다. 유화증권, 한전산업, 종근당홀딩스, 진료발효 등 우량 중소형 종목이 중심입니다. '하이-KRX 고배당지수 랩'은 자금이 들어오면 KRX 고배당 50과 똑같은 비중으로 구성 종목을 매수해 보유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KRX 고배당 50의 구성종목 및 투자 비중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돼 있는 정보라는 점입니다.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거래소 홈페이지를 보고 구성종목 및 투자 비중에 맞춰 금액을 나눠 그대로 매수하면 됩니다.

'하이-KRX 고배당지수 랩'은 선취수수료 1%와 후취수수료 0.3%를 내야 하지만 거래소 홈페이지를 보고 KRX 고배당 50의 구성종목을 매수하면 수수료도 없습니다.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수익률은 올라갑니다.

하이투자증권측은 "하이-KRX 고배당지수 랩은 거래소가 지수 구성종목의 투자비중을 조절하거나 편입 종목을 변경할 때 대신 매매해 관리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투자자 대신 배당주를 매매해 지수 구성종목과 편입비중을 맞춰주는 만큼 수수료를 부과하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KRX 고배당 50은 1년에 보통 한번, 많아야 두번 발표하는 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만큼 구성종목이 급변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게다가 구성종목이 자주 바뀌면 지수 자체의 큰 결함으로 지목됩니다.

저금리 시대엔 세금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큰 도움이 됩니다. 1년에 한두번만 관심을 기울이면 KRX 고배당 50에 맞춰 배당주 투자가 가능한데 굳이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