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면피성 소송에 혈세 줄줄 샌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를 상대로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소송비용으로 국고를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건보공단이 JW중외신약 (1,820원 ▼1 -0.05%)을 상대로 제기한 '원료합성 특례 위반' 선고에서 건보공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공단이 부담하라고 지난 26일 판결했다.

JW중외신약은 합성원료를 사용한 4개 의약품의 가격을 고가에 판매해왔다. 건보공단 측은 JW중외신약이 다른 업체의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약값을 고가에 판매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 그동안 취득한 이익을 환수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규모는 285억원. 하지만 건보공단은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1심 패소 판정을 받은데 이어 항소를 제기한 서울고등법원에에서도 패소했다.

건보공단은 JW중외신약 뿐만 아니라 2008년 7월부터 40여곳의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가액 1400억원에 달하는 '원료 합성 약제비 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에는 원료합성 약제비 환수 소송 6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제약사가 모두 승소했다. 나머지 소송 역시 제약사의 승소로 종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건보공단이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때 김용익 의원은 건보공단이 소송비용에만 15억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고 지적한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돱이후 대법원 상고심과 신규소송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건보공단의 전체 소송비용만 2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돲며 돱특히 재판에서 질 경우 상대방의 재판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공단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 늘어날 것돲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원료합성 소송 외에도 생동성 시험 조작 의약품 환수소송을 제약사들에 제기한 바 있다. 대웅제약 (111,500원 ▲1,800 +1.64%), 한미약품 (316,500원 ▲2,500 +0.80%), 광동제약 (6,870원 ▲150 +2.23%), 안국약품 (7,670원 ▲10 +0.13%) 등 37개사에 건보공단이 손해를 입었다며 환수하려는 금액은 86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5년여를 끌어온 이 재판도 사실상 건보공단의 패배로 종결됐다. 대법원은 제약회사에 생동조작 과실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법원은 당시 법률에서는 제약회사의 생동성시험 관리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공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시험기관에만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건보공단은 5년여 간 소송비용만 허비한 꼴이 됐다.

건보공단의 소송 대상은 제약사에 그치지 않았다.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도 지난 4월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패할 경우 부담해야하는 소송비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이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배회사들은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법류대리인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등 10대 로펌 중 3곳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자신들의 행정상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소송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승소할 확률이 없더라도 일단 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2~3년의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소송 과정에서 인사발령이 나기 때문에 해당 직원은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점을 노린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이 같은 공무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피해가 야기 된다"며 "좀 더 신중하게 소송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