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해서 2배 모으는데 7200년 걸리면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재무학에 ‘72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는 복리 이자율로 저축해서 원금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보여주는 것인데, 72를 이자율로 나누면 된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10%이면 투자금액이 2배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7.2년(=72/10)이 된다.

현재 미국의 보통예금 이자율은 0.01% 이고 1년 만기 CD(양도성 예금증서) 이자율은 0.05%이다(뱅크오브아메리카, 1월7일 기준). 이자율이 1%인 경우 원금이 2배로 늘어나는데 약 72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는데, 현재의 예금 이자율 수준 하에선 단순히 은행에 저축해서 부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거나 다름없다(72를 0.01로 나누면 약 7200년이 걸리는 걸로 나온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항상 거론되는 것이 주식시장에의 직접 또는 간접투자이다. 그러면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지난해 CNN Money에서는 미연방준비은행공보 9월호를 인용하여 누가 주식시장에서 부자가 되는지를 소개했다. 미연방준비은행은 1983년이래로 3년 단위로 소비자 금융행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201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의 미국 경제회복기의 열매는 이미 상당수의 부(富)를 축적하고 있던 대학교육을 받은 백인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 누가 돈을 버는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에 앞서 과연 누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지 알아보자. 예금 이자율이 0.01%인 상황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주식이기에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는 사람을 보면 누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 가구의 49% 정도가 주식시장에 직간접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7년 조사 때의 53% 보다는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흔히 돈이 돈을 번다고 하는데 소득수준에 따라 주식시장에의 투자금액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상위 10%에 속하는 가구는 약 $282,000(중간값) 정도를 투자하는 반면, 중산층이나 하위 20%는 각각 $14,000, $6,000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이라면 대출을 받아 ‘묻지마 투자’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설문 조사기간인 2010년에서 2013년에서는 소득의 차이가 고스란히 주식 투자 규모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액의 차이는 인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백인가정과 비백인가정을 비교하면 투자금액에서 각각 $325,000(평균값)과 $99,000으로 3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학력 또한 주식시장에의 투자 여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졸자가 가장인 가구의 72%가 주식시장에 직간접으로 투자한데 반해, 고졸 가장을 가진 가구는 35%, 그리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가장이 있는 가구는 고작 13%만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는 분명히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면 수익도 크고 위험부담이 낮으면 수익이 적다는 원칙 (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Low Return)처럼 소득 상위 계층의 경우를 보면 파이(=부)를 키우는 건 일정부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의 투자를 통해서이다. 201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는 93%가 주식과 연관된 투자를 하는 반면, 중산층은 이보다 절반 수준인 49.7%가 그리고 하위 20%는 거의 9분의1 수준인 11.4%에 그쳤다. 또한 백인가정은 57.4%가 주식시장에 투자를 한 반면 비백인가정은 31.4%가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연방준비은행 설문 조사 기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2010년 연초에서 2014년말까지 81.7%(S&P500 지수) 가까이 오르고 2014년만 놓고 보더라도 전년대비 11.4% 상승했다. 이에 반해 예금 이자율은 경기회복을 위한 미연방준비은행의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및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2008년 12월 이후로 연방기금금리가 기존의 1%에서 0~0.25%로 낮추어지는 등 줄곧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참고로 6개월 만기 CD금리는 2013년말 0.27% 였다.

이때 $10,000을 ‘바이 앤 홀드 (Buy & Hold)’ 전략으로 작년 한해 동안 각각 주식시장과 6개월 만기 CD에 투자하는 경우를 단순 비교해보면 주식시장의 경우 1년후 $1,140의 자본이득을 올리지만 6개월만기 CD투자에서는 1년 동안 고작 $27의 이자소득을 얻을 뿐이다(세금 및 기타 거래비용 없다고 가정). 이를 최근 몇 년간의 주식시장 활황기간으로 확대한다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누가 돈을 벌었는지는 명확해진다. 주식관련 투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한 소득 상위 계층, 백인, 그리고 고학력자가 주식시장에서의 승자였다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사진제공=김재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