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백기 든 정부…당정,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재추진

머니투데이

박경담 김태은 기자

새누리당과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돌연 개편안을 올해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9일 만이다.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 회의를 열고 가칭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당정협의체'를 구성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고 복지부에서는 문형표 장관, 장옥주 차관 등이 참석했다.

새로 신설되는 당정협의체는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을 비롯해 여당 측 복지위원과 복지부 고위 관계자로 꾸려질 예정이다.

당정이 기존 건보료 개편 방향을 고수하기로 함에 따라 고소득층의 부담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있거나 봉급 이외의 임대 및 금융소득이 많은 계층이 대상자다.

반면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실제 부담 능력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냈던 사례는 줄 것으로 보인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성, 연령, 생계형 자동차, 전월세까지 보험료 부담 기준으로 작동했던 기존 체계가 개선됨에 따름이다.

새누리당은 △부과체계의 형평성 제고 및 합리적 개선 △여론수렴 및 시뮬레이션 통한 정책리스크 최소화 △사회적 동의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건보료 개편안을 상반기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명수 간사는 "개편안은 검토를 새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오래 끌 사안이 아니기에 2~3개월 정도의 시뮬레이션을 한 뒤 상반기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정은 최신 자료를 토대로 해야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보료 개편안을 재추진하지만 당장 개편안을 발표 및 적용하지 않는 이유다. 복지부가 당초 발표하려던 개편안이 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해 그동안 발생한 지역·직장 가입자 및 소득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재추진하기로 한 데는 여론 악화와 여당 내 반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복지부는 올해 4월까지 정부 최종안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 개편안은 소득과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고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담은 늘리는 게 뼈대였다. '고소득층 부담은 많이, 저소득층 부담은 적게'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 장관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검토 중단을 밝히자 백지화 논란이 일었고 정책 혼선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건보료 개편안은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는데 부처에서 일방적인 연기를 발표하며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당정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정부를 향해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건보료 개선 기획단이 제시했던 여러 모형 간 재정중립 원칙을 벗어난 대안이 대부분이라 손실 보전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문 장관은 "기획단 안을 보면 재정적 편차들이 커 재정 적자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충분히 검토해 정책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