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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가 노조 설립할 수 있나…대법 판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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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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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63>]대법원 넘어온지 8년 넘어 전원합의체 회부…불법체류 근로자로 볼지 쟁점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불법체류자가 국내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까요. 언뜻 보면 '말도 안된다'고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단결권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불법체류자의 노조설립 문제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국적을 이유로 제한하거나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됩니다. 어느 한쪽의 손을 간단히 들어주기 어려운 문제인 셈입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 노조설립 반려하면서 사건 시작

국내에서 이 이슈가 터진 것은 2005년입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 거주 이주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 창립총회를 열고 같은 해 5월 규약과 위원장의 성명 및 주소, 회계감사 2명의 성명 등을 첨부한 노조 설립신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노조 가입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고 있어 합법적인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고 법적인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1심 선고는 2006년 납니다. 1심 재판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장차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될 것을 전제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지위향상을 도모할 법률상 지위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지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실제 근로를 하면서 임금, 급료 등 수입에 따라 생활하는 이상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불법체류자는 근로자 자격 없다고 봐야"vs"헌법상 노동자의 권리 인정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노법) 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이며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주노동자가 노노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이 외국인의 체류요건, 취업자격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체류자는 이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근로자의 자격도 줄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이 외국인의 취업 자격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는 규정일 뿐, 이미 취업한 근로자들의 고용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그들의 노조 결성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노법을 그 근거로 듭니다. 재판부는 △헌법 33조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는 점 △이는 국가안정보장 등을 위해 법률로 제한하지 않는 한 보장돼야 하는 권리인 점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 지위가 보장되고(헌법 6조) 국적에 따라 차별대우도 금지돼 있는 점(근로기준법 5조) △노노법 9조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종교,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댔습니다.

◇8년간 판단 미뤄온 대법원, 어떤 결론 내릴까

1,2심이 이처럼 상반된 판결을 내려 사람들은 자연스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심은 원래 양창수 전 대법관이었습니다. 그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 개시 여부 사건도 3년 1개월간 미루다가 강씨가 암투병을 호소하고 시민들의 비난이 일자 이에 대해 결정을 내린 이력이 있습니다. 양 전 대법관은 결국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고 권순일 대법관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주심이 바뀌자 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통상 대법원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가 다루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있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내립니다. 전원합의체는 통상 6개월 이내에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늦어도 올해 안에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날 것이라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국내 노동계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노동3권 인정 여부와 노조설립 자격에 대한 최초의 판례가 탄생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들에게 단결권을 인정할 경우 체류자격까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하는 상황이라 대법원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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