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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초동대응 실패..복지부에 쥐어산 '질본' 승격·독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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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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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종식]현행 본부급을 청·처로 승격하는 방안 부상…전문가들 "예산·인사권 줘야"

(세종=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질병관리본부./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질병관리본부./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5월 20일 첫환자 발생 69일 만에 '사실상의 종식'이 선언돼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이 모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갖는 문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있지만 권한과 전문성이 떨어져 메르스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반성이 나온다.

5월 20일 1번 환자(남·68)가 발생한 후 총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메르스 최초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가 배출한 불명예를 썼다. 사망자는 36명으로 치명률은 19.4%를 기록했다. 현재 격리자는 없으며 치료 중인 환자는 12명이다. 이 중 양성환자는 1명에 불과하고 11명은 유전자 검사에서 2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환자 1명이 음성판정을 받은 뒤 28일 후에 의학적 의미에서 메르스 종식이 선언된다.

응급실 과밀화 등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유행 초기에 환자가 발생한 병원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논란을 예방한다는 취지였지만,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국민들이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등 더 큰 혼란이 생겼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이후에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메르스 민관 종합대응 TF'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이후 메르스 발생 의료기관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비협조 논란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할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까지 불거졌다. 메르스 격리자의 외부 출입 등 연이어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공포가 조성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로 인해 신종 감염병에 전권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뼈아픈 오판과 초동대응 실패

메르스 대응과정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된 것은 방역 초기에 감염자와 '1시간, 2미터 이내'에서 침 등이 튄 비말에 의한 감염 기준을 고수한 것이다.

이 기준을 토대로 메르스 1차 유행지인 평택성모병원과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5월20일 오후 1시께 평택성모병원으로 역학조사관을 파견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휴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1번 환자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 등 29명의 의료진을 면담하는 선에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관들은 이튿날인 21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병원을 다시 방문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판독하고 일부 의료진과 환자를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이미 14시간이 흐른 시점으로 이 사이에 상당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됐다. 평택성모병원은 확진 환자가 12명이나 생긴 날인 지난 29일에야 자체 휴원했다. 평택성모병원 접촉자격리도 2미터 기준에 따라 처음에 1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과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나 의료진, 방문자들만 이뤄졌다. 그사이 입원했던 환자들이 퇴원해 전국으로 퍼지면서 메르스도 덩달아 전국화되는 계기가 됐다.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을 썼던 환자나 방문자 감염이 드러나면서 평택성모병원처럼 통풍이 잘안되는 밀폐병실을 가진 곳에서는 병실과 병동의 구분이 의미없는 오판임이 비로소 판명됐다.

전체 감염자의 절반가량이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상황은 더 심각했다. 35번(남·35) 환자가 지난 5월 27일 중증 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지 이틀이 지난 29일 병원 신고로 의심 환자 발생을 인지했고, 환자 2미터 이내 접촉자를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35번 환자는 밀폐된 응급실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이때 의료진이 대거 감염됐지만 WHO 기준에 따른 역학조사 과정에서 누락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조치 이후에도 의료진 감염이 계속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사실상의 종식' 선언도 늦어졌다.

이 같은 방역 실패는 건국대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까지 이어졌다. 5~6인실 등 다인실 중심인 국내 의료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뒤늦게 이 기준을 개선했을 때는 메르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이후였다.

의료진의 방호복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메르스 감염되는 가능성도 예측하지 못 했다. 국제 기준과 국내 현실의 괴리를 간파할 전문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탓이다.

질병관리본부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유전자 검사 등 보조 역할 머물러

메르스 대응 총괄 책임자가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보건복지부 차관, 장관으로 두 번이나 바뀌었고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책임자가 부재했다는 점도 주요 실패 사례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만 1급 실장이 본부장을 맡아 위상이 떨어지고 경찰 등 다른 행정력을 동원하는데 한계가 따르는 게 현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가 확산된 이후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됐고, 복지부 지휘 아래서 역학조사와 유전자 검사 확진 판정을 내리는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그래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권한과 예산을 확보한 전문가 그룹이 아무런 간섭 없이 상황을 통제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메르스대책특위에 출석해 "질병관리본부 독립과 보건의료 분야 차관 직급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본 개편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도 의뢰해 내달 초쯤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질본을 청 또는 처로 독립시켜 예산과 권한을 주는 개편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이 보건복지부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최소한 청으로 승격해 예산과 인사권을 독립시켜 자율적이고 전문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감염병이 발생하면 환자 격리와 의료기관 폐쇄 등 행정권한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일명 질병관리청 산하에 지역별로 감염병을 예방하고 지원하는 센터를 신설해야 한다"며 "민간의료기관에 감염관리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기관감염관리사업지원단 신설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해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새로 뽑을 수 있다"며 "질병에 대한 식견이 있는 인력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질본이 예산과 인사권을 가진 조직이 되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감염병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감염병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해외 감염병 상황을 점검하는 별도 팀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조직 개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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