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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00억 써도 사람 못 살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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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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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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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00억 써도 사람 못 살린 경찰
'오원춘 사건' 이후 3년이 흘렀지만 변한 건 없었다. 경찰은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무려 30분을 허비해 국민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운용하는 '사람'이 방심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사건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12일 밤 9시12분쯤 이모씨(34)는 "어머니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다툰 뒤 칼을 갖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한남파출소 소속 순찰차 42호와 43호는 이씨의 신고 현장으로 가라는 상황실 지령을 듣지 않았다. 당시 이들은 이씨의 신고가 있기 10분 전 접수된 가정폭력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42호는 두 사건의 신고 지점이 68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같은 사건에 2개의 신고가 접수된 것"이라고 오인 보고했다.

파출소 근무자도 신고 정보가 표시된 모니터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42호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누구든 한 번만 제대로 살펴봤다면 인근에서 발생한 2개의 별도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신고 전화번호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밤 9시27분 "빨리 와 달라"며 다 신고했고, 이로부터 10분이 지나서야 42호는 실수를 깨달았다. 결국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43호였고, 시각은 밤 9시42분쯤이었다. 이씨의 어머니 박모씨(64·여)가 아들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였다.

이 사건은 2012년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던 '오원춘 사건'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으로부터 112 신고 전화를 받고도 "부부싸움 같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여성은 무참히 살해당했고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경찰은 사업비 500억원을 투입해 '112 일원화 시스템'을 마련했다. '클릭' 한 번에 정보 공유를 가능케 함으로써 현장에 실시간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경찰 재직 경력 6년 이상, 현장 근무 경험 3년 이상 조건을 내걸고 베테랑들을 상황실 근무자로 투입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운용 인력들의 안이한 태도로 완벽히 실패했다.

사건 브리핑에서 이충호 용산경찰서장은 "현장 근무자들이 뭐에 홀린 것 같이 오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500억원이나 쓰고도 '홀려 있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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