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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선 그 노래 부르면 안돼"…안타까운 부녀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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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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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간부 출신 北 가족은 인터뷰도 거부…상봉장 곳곳서 '분단의 아픔' 체감

(금강산 공동취재단=뉴스1) 서재준 기자 =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있는 임옥남(오른쪽), 임옥례 자매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0.21/뉴스1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있는 임옥남(오른쪽), 임옥례 자매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0.21/뉴스1


21일 진행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선 분단의 현실과 체제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양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30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이번 상봉의 다섯 번째 행사이자 2일차 마지막 상봉인 단체상봉을 진행했다.

두 살때 헤어진 남측의 딸 이정숙씨(68)를 만난 북측 최고령자 리흥종씨(88)는 가족이 헤어지기 전 즐겨 부르던 노래를 상봉장에서 선보였다.

'꿈꾸는 백마강'이라는 제목의 노래는 충청남도 예산이 고향인 흥종씨가 젊은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로 딸 정숙씨는 어머니로부터 "네 아버지가 노래를 아주 잘 부르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흥종씨는 한 소절의 가사도 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고 정숙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채, 또 남측의 가족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정숙씨는 문득 "엄마가 나 어렸을 때 '아버지가 즐겨 불렀다'며 불러준 노래가 있다"고 말하며 몇 소절을 흥얼거렸다.

그러자 흥종씨는 "그 노래를 네가 아느냐?"고 놀라 되물으면서도 "북에서는 그 노래 부르면 안돼"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정숙씨가 "아빠한테만 불러주고 싶다"고 재차 말했으나 아버지는 "안된다"며 딸을 재차 말렸다.

남측의 동생 원화자씨(74)를 만난 북측의 오빠 원규상씨(82)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당 간부 생활을 50년 넘게 했다.

규상씨는 이를 의식한 듯 우리측 언론의 인터뷰나 취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상씨는 그러면서도 가족들에게는 "남북에 흩어진 우리 가족들이 다 같이 만나면 좋겠다"며 "우리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남측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북측 리한식씨(87)는 남측의 동생 이종인씨(76)를 비롯한 남측 가족들 앞에서 멋진 그림 솜씨를 뽐냈다.

한식씨는 목에 걸고있던 이름표를 벗어 자로 활용하며 65년 전 경상북도 예천에서 살던 초가집을 기억으로만 되살려 다시 그려냈다.

한식씨의 그림을 지켜보던 남북의 안내원들도 댓돌 하나, 처마 및 그림자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이 완성되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식씨는 그림 밑에 '상봉의 뜻 깊은 시각에 그린 이 그림을 종인 동생에게 선물한다'고 적었고 종인씨는 그림을 받고 "형님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라며 울먹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채훈식씨(88)는 남측의 아내 이옥연씨(88)를 비롯해 아들 채희양씨(68)등 가족과 상봉했다.

훈식씨는 이번에 상봉에 참여하지 못한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고 동행한 손자들을 훈식씨가 귀가 어두운 것을 감안해 종이에 가족들의 소식을 전했다.

일부 가족들이 와병중이거나 사망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파악한 훈식씨는 "내가 죽어서라도…"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상봉장 곳곳에서는 벌써 2박3일의 짧은 상봉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가족들은 물을 잔에 따르고 "또 만납시다"며 건배를 하고 "다음 번에는 다른 가족들도 데려오라"고 연신 당부했다.

한편에서는 취재진에게 "손이 떨리니 대신 편지를 좀 써달라"며 이번 상봉에 참가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상봉이 진행되는 금강산 현지에는 이산가족들의 아쉬움과 슬픔을 대신하는 듯 부슬비가 내렸다.

한편 양측 가족들은 다수의 고령자들이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큰 문제 없이 상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환영만찬에서 한 북측 가족이 순간적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정신을 회복해 이날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우리측은 20명의 의료진과 구급차 5대를 파견해 매일 우리측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북측에서도 별도의 의료진이 역시 평양에서 파견돼 북측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양측 가족들은 이날 오후 상봉을 마지막으로 2일차 일정을 모두 소화하게 된다.

이날까지 총 5번, 10시간의 상봉을 마친 양측 가족들은 이후 22일 오전 9시 두 시간의 마지막 작별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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