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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6명중 1명은 다녀간 이 곳, 국립중앙박물관에 아직 안오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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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신혜선 문화부장, 정리=김유진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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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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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아시아 1등 박물관…관람객 '양보다 질'로 승부할 것"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아시아에서는 가장 앞섰다"며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취임한 김 관장은 올해로 6년째 자리를 맡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아시아에서는 가장 앞섰다"며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취임한 김 관장은 올해로 6년째 자리를 맡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 발을 내디뎌 중앙으로 들어가 보니 가부좌를 틀고 앉은 거대한 ‘철불’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인자한 부처의 시선 아래 서니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렇게 고운 선이 있는 우리 조각을 우리가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김영나(65)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을 짧게 구경시켜달라는 요청에 마치 신 난 어린아이처럼 전시관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반가사유상, 신라 왕실 금관 등 아름다운 소장품들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금관이 유리 너머에 있지만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지요? 무반사 유리로 바꿔서 주변의 빛이 반사되지 않는 거예요.”

이번엔 금속공예실이다. “잠시만요, 종소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댕, 댕.’ “어머 진짜 종소리네요.” “하하하, 우리 박물관에 첨단 기술도 적용해 봤어요.”

산사에서 새벽 예불을 알릴 때나 들을 수 있을 듯한 맑은 종소리를 박물관에 전시된 보물 ‘천흥사 종’(고려 1010년. 높이 187cm. 국보 280호)을 통해 들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구석에 설치된 스피커폰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게 아닌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나온다니. 박물관이 작년 초 금속공예실을 새로 꾸미면서 도입한 증강현실 서비스 앱(‘AR큐레이터’) 덕분이다. 앱을 실행한 후 유물에 대면 스마트폰에 그림과 글자가 튀어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 앱’도 있다. 지난 1일부터 서비스된 이 앱을 실행하고 박물관 전시실을 돌면 유물 앞에 설 때마다 자동 설명이 나온다. 다른 관람객에 방해될 수 있어 박물관은 방문객에게 이어폰을 나눠준다. 혼자 유유자적 유물을 돌아보면 나만의 큐레이터가 바로 내 귀에 안내를 해주는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수집·보관해 일반인에게 알리는 박물관의 얼굴이다. 1909년 창경궁 제실박물관으로 시작해 일제강점기 때 이왕가박물관으로 격하되는 등 고난을 겪다가 지난 1972년부터 지금 이름으로 불린다.

김 관장은 용산으로 이전한 지 올해로 11년이 되는 박물관의 이전 모습을 포함, ‘40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생애’를 잘 기억하는 이들 중 손에 꼽힐 만하다. 김 관장의 부친 고(故) 김재원 박사(1909~1990)는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시작으로 무려 25년간 관장직을 수행했다. 김 관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덕수궁 내에 있던 박물관 앞마당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고 회고했다.

-지난 정부부터 박물관을 맡은 지 벌써 6년으로 접어드네요. 취임 초기 세웠던 목표나 계획에 비추었을 때 어떤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처음 박물관에 와서 전시실이 너무 학구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미를 끌지 못했고 실내 디자인도 세련되지 못했어요. 고고학이 많은 박물관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지만요. 한 예로, 예전에는 전시 디자인만을 전담하는 인력이 거의 없어서 학예사들이 전시장을 직접 꾸몄습니다. 연구하는 학예직은 내용을 알차게 하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엄밀히 말해 전시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몫이죠. 서로 다른 영역인데 같이 하라고 했으니. 디자인팀을 신설하고 디자인 인력을 7명으로 늘렸습니다. 전시실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미술을 공부한 전문가가 한국에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평생을 살아온 그는 박물관에서 우리 고미술과 동거한 지 올해로 6년.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11대 관장으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관급 정무직이기 때문에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타 기관장들이 1, 2년 만에 교체되는 것과 비교하면 단연 장수 기관장이다. “글쎄요. 제가 알 수 있을까요? 특별히 정치적 색깔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전시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한 것을 좋게 봐 줘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신년 언론 간담회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들겠다는 목표도 세운 걸로 아는데요.

▶아시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을 평가할 때는 건물과 소장품, 그리고 학술적 축적 이 3가지 요소를 따집니다. 우리는 소장품은 조금 약하지만 잘 지은 훌륭한 건물을 가지고 있고, 학예직의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중국 상해박물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러 국에서 자문요청이 오고 있답니다.

중국 상해박물관은 상해 푸동 지구에 추진 중인 신관 건축 프로젝트와 관련된 해외 자료조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리펑 부관장 등 일행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은 박물관의 건축 구조와 기계·통풍시설, 수장고, 전시설비, 대중서비스시설 등을 견학하고 관계자 면담을 실시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립박물관도 수장고 건립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관을 초청해 5일 동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차분한 말투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현황을 설명하던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 해에 지방 박물관을 포함해 850만 명이 국립 박물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br />
차분한 말투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현황을 설명하던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 해에 지방 박물관을 포함해 850만 명이 국립 박물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35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박물관이 잘 활용되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외국인 비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방 국립박물관까지 포함하면 850만 명이 지난해 국립박물관을 다녀갔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방문했을 수도 있지만, 국민의 6분의 1이 다녀간 셈이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이 박물관을 찾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박물관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외국인 방문객은 지난해 기준으로 4만 명, 전체의 4.8%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권과 일본인, 기타 외국인 중에서 단체로 오기보다 실제 박물관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고급 관광객은 늘고 있습니다. 아,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적지 않은 외국인들도 많이 오고요.

-한류와 연계해 박물관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립민속박물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민속박물관이 있는) 경복궁 앞에 가면 관광차가 무척 많죠? 그에 비하면 국립중앙박물관 주변엔 대형 버스를 찾기 힘듭니다. 외국인 패키지 여행객이 왜 우리 박물관에 안 오는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여행사들이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에서 너무 멀다고 하더군요. 식당이나 박물관 기념품관 이용을 40% 할인해 주면 오겠다는 제안을 해요. 그렇게 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몇 명 숫자보다 고급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연구역량을 보여줄 만한 좋은 전시를 해야 합니다. 1년 전에야 전시를 부랴부랴 준비하던 관행을 2년 전부터 준비하고 기획하도록 바꾼 이유이기도 하죠.

-취임 후 해외 교류 특별전이 활발하다는 평가입니다. 주요 소장품을 해외에 보내는 데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지난번, 금동반가사유상 전시 때문에 제가 국보를 해외로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난 관장으로 비쳤나요.(웃음)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소장품 전시를 많이 내보내는 국가가 아닙니다.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 국가들이 많아요. 일본은 국보급 100여 점을 해외로 반출해 전시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해외 전시를 통해 나라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세계에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겁니다. K팝이 성공했다죠? ‘저(대한민국) 나라는 어떤 나라이길래’라는 궁금함이 없을까요. 유물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수장고에 있는 겁니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했고 보험도 드니 그런 염려 때문에 해외 전시를 안 한다는 건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3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회를 개최하며 국보 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을 비롯해 국보 10점, 보물 14점을 내보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리나라 국립 박물관들이 유물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구매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OECD 국가들의 박물관 운영이나 예산 상황은 어떤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현재 38만 점의 유물이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대단하죠.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대다수가 발굴에서 나온 도자기 편(파편)이에요. 직접 보고 ‘와, 너무 좋다’라며 감탄할 만한 유물은 5만 점 정도 밖에 안됩니다. 올해 유물 구매 예산이 11억 늘어 39억 원이 되긴 했는데, 상황에 따라선 훌륭한 도자기 한 점 구매하기 어려운 규모이기도 하죠. 소장할 가치가 있는 유물이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닌데 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해 좋은 유물을 살 수 있는 유연함도 적용할 수 없고.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2010년 유물 구입 예산이 355억 원이었다. 영국 박물관의 지난해 유물 구매 예산은 1366억 원에 달했다. 박물관 예산은 자체 확보예산은 53억 원이지만, 기존에 미사용한 이월 금액이 포함된 수치다.

김 관장은 “한 나라의 박물관이야말로 미래를 가름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 주고, 그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일본 등 다른 나라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박물관을 찾지 않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박물관을 점차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야간 개장을 하고, 특별한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민의 일상과 가까워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김 관장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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