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보존은 알아서 하라"…유명무실한 서울미래유산

  • 뉴스1 제공
  • 2016.10.30 07:05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신촌 공씨책방 퇴거위기에 서울시 "시민이 보존해야" 지정후 관리도 소홀…분쟁조정위 건물주 접촉도 안돼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중고서점 공씨책방. 입구 오른편에 서울미래유산 표지판이 보인다. 2016.10.28© News1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중고서점 공씨책방. 입구 오른편에 서울미래유산 표지판이 보인다. 2016.10.28© News1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중고서점 '공씨책방'은 서울시가 2013년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이다. 입주한 건물이 매각돼 새 건물주가 퇴거를 통보하면서 25년간 자리잡았던 신촌을 떠나야할 위기에 처했다.(뉴스1 10월2일 보도)

최근 공씨책방은 계속 신촌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애초 계획했던 성수동 이전을 위약금 수백만원을 물면서 포기했다. 가격을 겨우 맞춰 옮기려던 곳은 주택가 건물 지하실이라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또 무엇보다 오랜 터전인 신촌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씨책방은 미래유산 지정기관인 서울시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팔짱만 끼고있는 모습이다. 시는 미래유산을 지정할 뿐 보존은 지정받은 곳이 스스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자발적 보존의 원칙'이다.

서울시 문화본부 관계자는 27일 "미래유산은 시민 자발적 보존이 원칙이며 재정 등 별도 지원방법은 없다"며 "미래유산을 시가 매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유산은 서울시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 선정·관리하지만 "공씨책방 문제를 안건으로 위원회를 열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시가 직접 선정한 미래유산이 사라질 지경이 돼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미래유산 지정 이후 관리·점검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맞춤양복점인 '해창양복점'의 이전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년에 1번 용역을 맡겨 일괄조사하는 게 전부라 신속한 실태 확인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미래유산인 해창양복점은 서울시의 소공로 일대 재개발계획에 따라 70여년간 입주했던 건물을 올해 떠나 인근으로 옮겼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에는 28일 현재 "(해창양복점은) 1945년경 개업해 같은 지역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는 양복점으로 보존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다.

헌책방 진흥사업을 펼치고 있는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도서관도 대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공씨책방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예산이나 조례 근거가 없고 현재 대책 논의를 진행 중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곳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문제를 다루고있는 소상공인 담당부서다. 이 역시 공씨책방 쪽에서 먼저 조정 신청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을 접수했으나 건물주와는 한달 가까이 접촉도 못한 상태다. 조정위 관계자는 "건물주가 전화를 받지않아 자택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며 "건물주가 조정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밖에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으로 임차인이 상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고있지만 공씨책방을 비롯한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인 실정이다.

공씨책방은 지난 5일 새 건물주로부터 "2주일 내에 퇴거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서면 통지를 받았다. 시한은 지났지만 아직까지 추가 조치는 없다. 이후에는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월세 150만원을 힘겹게 막았던 처지에서 소송비용을 감당하고 법정공방을 이어가기란 쉽지않다.

공씨책방을 창업한 고 공진석 씨(1990년 작고)에 이어 가게를 공동운영하고 있는 처제 최성장씨는 "잠도 오지않고 눈 앞이 캄캄하다"며 "이러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쫓겨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미래유산은 2012년 박원순 시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근현대유산 보존 정책이다. '급격한 도시개발로 훼손 위기에 놓인 근현대유산을 지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였다. 6월 현재 지정된 미래유산은 총 371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인구이야기 POPCON (10/8~)
메디슈머 배너_슬기로운치과생활 (6/28~)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