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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간첩'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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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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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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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은유 지음·지금여기에 기획 '폭력과 존엄 사이'…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의 증언

"당신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간첩'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기 위해 친정에 머물렀던 김순자씨. 당시 친정에는 북한 공작원으로 남파된 외당숙이 은거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11년이 지난 어느 날, 일가족 서른 명 중 열두 명이 '삼척고정간첩단'으로 엮였다. 아버지는 사형, 동생은 무기징역, 어머니는 징역 3년6개월형, 김씨는 5년형을 받았다.

"11년 전 일로 잡아가면서 우리한테 현행범이라고 하대요. 그게 무슨 현행범이야. 아무튼 내가 잡혀갔는데 그동안 식구들한테 미리 자백받아놓고 나한테 일일이 확인하는 거야. 근데 기억이 나야 말이죠. 나 혼자서 애들 업고 보험회사에 10년을 다녔는데."

남영동 치안본부에서 고문받고, 강원도경찰청으로 이송돼 두어 달 수사를 받는 동안 잔혹한 고문은 계속됐다. 수사관은 신발을 벗어 얼굴, 손등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하도 나오는 게 없으니 '막대기로 가슴과 구멍을 찌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최근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개봉하면서,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이유로 무고한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망가트리는지를 관객들이 알게 됐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질문을 평생동안 가지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영화 속 유우성씨뿐만이 아니었다. 새책 '폭력과 존엄 사이'는 국가에 의해 간첩이 되어버린 7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느 날 갑자기 간첩이 되었다. 열네 살부터 고깃배를 탄 착실한 어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휴일 없이 일하던 재일교포 가장, 당시로는 드물게 법조인을 꿈꾸던 여대생까지. 모든 폭력이 발생하는 원리가 그렇듯 가해자는 "그래도 되니까" 조작을 했고, 피해자는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조작 대상이 된다.

간첩 만들기의 주연 배우는 법조인들. 삼권분립주의를 믿고 판사에게 기대감을 걸어보지만 피해자들의 기대는 번번이 무너진다. 고문실에서 피를 흘리며 도장을 찍어준 문서는 '진술서'가 되어 자신의 유죄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가 된다. 이들에게 국가는, 최순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다는데 매번 놀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라며 "무릇 사람이라면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이들의 역사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폭력과 존엄 사이= 은유 지음. 지금여기에 기획. 오월의봄 펴냄. 240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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