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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더 이상 ‘개인의 비밀’ 아닌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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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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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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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숨길 수 있는 권리’…국가안보와 사생활은 양립할 수 있는가

사생활, 더 이상 ‘개인의 비밀’ 아닌 ‘사회적 가치’
어떤 사람이 필로폰 제조에 대한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면 당국은 그가 마약을 제조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기 십상이다. 이 사람은 필로폰 제조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을 뿐이다. 구매 기록이 구매 이유까지 설명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가 계속되는 동안, 그는 무언가를 구매할 때마다 정부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염려해야 할지 모른다.

2005년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국은 부시 행정부의 승인으로 미국인의 전화를 영장 없이 도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폭로했다. 당시 정부의 해명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중이어서 ‘비상대권’으로 진행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2월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하면서 국제적 테러와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들었다. ‘비상대권’을 근거로 삼으면 형법 250조(‘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와 관계없이 발포할 수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북한의 행태 같은 비상상황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는 일일까. 사실상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막대한 권한을 가지는 공권력의 횡포로 비칠 수 있는 이유다.

국가나 사회는 너무나 많은 방법으로 개인의 삶을 쉽게 감시할 수 있지만, 정작 개인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대처가 별로 없다. 많은 국가안보정책들은 사생활을 ‘숨기고 싶은 것’, ‘비밀’ 같은 키워드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영국이 수백만 대의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감시프로그램을 작동하면서 내세운 합리화는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였다. 안보강화론자들은 ‘사생활=비밀’이라는 약점을 잡아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되어야 마땅하다’는 구실을 강화해왔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J.솔로브는 ‘안보 대 사생활’의 구도를 분석하면서 ‘사생활=비밀’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을 ‘사회적 가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생활은 하나의 본질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개념으로, 비밀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외부로부터 침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모든 행동이 사생활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생활을 어느 한 개인의 권리와 더 큰 사회적 선을 비교하는 구도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 자체를 사회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는 개념인 셈이다.

국가안보와 사생활 구도에서 우세한 쪽은 안보논리다. 하지만 사생활을 희생시킨다고 더 안전해질까. 안보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의 ‘안보극장’(security theater) 이론에 따르면 사생활 규제는 안보를 담보로 되레 공포를 확산하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

안보극장은 무작위 검문처럼 실제로는 안전을 향상 시키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안전도만을 높이는 조치다. 이를테면 건물 입구에서 이뤄지는 신분증 검사들은 ‘안전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실제 어떻게 안전을 강화한다는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안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민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안보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자는 두 가치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전제를 거부한다. 치안과 안보가 국가의 의무이듯, 국민이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 역시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 저자는 “사생활 보호가 결코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둬야 한다”며 “국가안보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 있어 적절한 규율과 투명성을 통해 안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권력을 견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숨길 수 있는 권리=대니얼 J.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동아시아 펴냄. 30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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