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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인권을 버리자…청소년의 선거권 획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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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민 변호사(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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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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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인권의 당위성 '피와 땀'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자연법론자였던 로크와 루소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에게 침해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는 천부인권사상을 주창했다. 천부인권사상은 미국 독립선언(1776년)과 프랑스 인권선언(1789년)에도 영향을 미쳐, 각각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인간은 권리로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며 생존한다"는 문장으로 반영됐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천부인권사상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세계인권선언(1948년)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비록 "태어날 때부터"라는 명시적 문구는 없지만 1962년 제6호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와 같이 천부인권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1980년 제9호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로 좀 더 명확하게 개정되었다. 자연법의 천부인권사상이 처음부터 '인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주로 '자연적 권리'로 표현되다 점차 '인권'으로 굳혀졌는데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와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천부인권사상은 인권을 설명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모든 권리에는 존재의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나의 노동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권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인권'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모든 인간은 왜 평등한가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권이 이성보다는 감성의 측면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는 것은 인권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인권침해 사례 중 감정적으로는 부당함이 느껴지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 흑인과 여성이 그랬다.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에 감정적으로 부당함을 느끼는 이들은 많았지만 당시 이를 이성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이 감정과 이성의 괴리는 점차 좁혀졌고 인권의 한 부분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인권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의 역사에서 그것이 제대로 보장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 역시 흑인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가 선언된 것은 1862년이었고 시민혁명을 통해 인권을 선언했던 프랑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1946년이었다.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 트럼프는 이민자에 대한 적개심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반이민자 정책을 주장하는 르펜의 지지율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인권은 사회의 경험과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인권의 당위성이 증명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속성 때문이다. 인권은 개인이 누리는 권리인 동시에 개인이 사회 속에서 보장 받는 권리라는 성격을 가진다. 사회 속에서 어떠한 권리가 행사될 수 있는지는 그 사회의 경험과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처럼 고도로 복잡해진 사회에서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어떠한 형식으로 존재하고, 어떠한 권리가 보장되는가가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 있어 인권의 당위성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참정권은 대표적인 사회적 인권 중 하나다.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1946년까지 참정권이 부정되었던 프랑스 여성들은 인권의 영역 외에 위치해있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아직까지 참정권에서 배제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의 인권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몇살부터 할 수 있을까…결국은 '합의'의 문제

물론 몇 살부터 참정권을 부여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권의 보장이 아니라 남용일 것이고, 오히려 공동체를 위험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그러나 민법상 성인임에도 참정권을 부여받지 못한 한국의 18세 청소년들의 상황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를 인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인권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감정적으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몇 살부터 선거권을 인정해 주어야 할지를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권리의 침해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들을 학교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참정권을 사회적 권리 측면의 인권으로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참정권은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다.

"천부인권을 버리자…쟁취해냈다면 이를위해 흘린 피·땀으로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인권을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천부인권사상을 버리는 것이다. 천부인권사상은 이미 보장된 인권의 당위성 설명에는 적합하지만 새로운 인권을 주장하기에는 그렇지 못하다. 인권이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고 쟁취해낸 것이라면 그것의 당위성은 이를 얻기 위해 흘린 피땀으로 설명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모든 인권은 그것을 보장받고자 했던 이들의 피땀으로 쟁취된 것이었다. 노예에서 벗어난 흑인이 그랬고 프랑스 인권선언 후 157년이 지나서야 참정권을 쟁취한 여성이 그랬다. 그렇기에 아직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인권 또한 요구하고 쟁취하면 그것으로 당위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당위성을 쉽게 설명하고자 빌려왔던 자연법론자들의 천부인권이 오히려 인권 확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선거권을 18세로 낮추는 법안의 상정이 다시 한 번 무산됐다. 어느 때 보다 기대감이 높았지만 지난 11일 여당의 반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청소년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 참정권을 통해 공동체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온전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흑인과 여성이 그러했듯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주장할 때 선거연령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인권도 참정권도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부인권을 버리자…청소년의 선거권 획득을 위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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