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우 2만 돌파, 韓 증시 '박스피' 탈출 가능할까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사상 처음 2만선을 돌파하면서 코스피 시장의 박스피(코스피+박스권) 탈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4월29일 2231.47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박스권(1850~2080)에서 표류해 왔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제 둔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고 저성장, 소비부진 고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 들어 박스피 탈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200만원 시대를 열었고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IT(정보기술) 랠리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이 견조한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미·중 경기지표 호조 등이 코스피 지수 '레벨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사, IT 호황 힘입어 순익 100조원 돌파=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40조1758억원, 2분기 41조4606억원, 3분기 42조9351억원으로 매분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장 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출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 이익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은 1.9%를 기록했는데 분기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2014년 4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선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상장 기업들의 실적 호조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이 1184원에 달했지만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5754억원을 순매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장 기업의 순이익이 80조원대에 머물면서 박스피가 장기간 형성됐는데 2016년 90조원대 후반으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고 올해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을 바탕으로 100조원 벽을 돌파해 한국 기업의 실적호조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코스피 22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2015년부터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해 배당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한 해의 이익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상승분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코스피 예상 배당금은 22조2000억원으로 올해는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보호무역주의+정책 불확실성은 부담=다만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 무역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한국도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부담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대미 흑자국인 중국, 일본, 한국 등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결국 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최근 현대차 (249,500원 ▼500 -0.20%) 등의 부진도 보호무역주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 3월 트럼프의 정책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미국 예산안 처리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