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도 새내기주 절반이 손실…공모가 너무 높아

올해 상장한 기업의 절반이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300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IPO(기업공개)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16개(스펙, 이전상장 제외) 중 8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대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 4곳 중 3곳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다. 코스닥의 경우 12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며 체면을 세웠다.




코스피 신규 상장인 넷마블게임즈 (56,600원 ▼700 -1.22%), 아이엔지생명 (27,500원 ▲300 +1.1%), 호전실업 (7,260원 ▼70 -0.95%) 주가는 공모가대비 각각 8.5%, 6%, 22.% 하락했다. 일반공모 청약 미달을 기록한 아이엔지생명은 상장 이후 한 차례도 공모가(3만3000원)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넷마블게임즈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상회했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코스피 새내기주 중에선 희망공모가밴드(4만5000~5만원)보다 한참 아래인 3만2000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덴티움 (129,100원 ▼500 -0.39%)만이 12.6% 수익을 올리고 있다.

코스닥에선 유바이오로직스 (13,540원 ▲150 +1.12%), 서플러스글로벌 (3,735원 ▲15 +0.40%), 피씨엘 (1,185원 ▼14 -1.17%), 에프엔에스테크 (11,350원 ▼460 -3.90%), 아스타 (6,420원 ▲490 +8.26%)가 공모가대비 낮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대비 33.5%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코스닥 신규상장 종목 중 모바일어플라이언스 (2,970원 ▼100 -3.26%), 신신제약 (5,460원 ▲10 +0.18%), 에스디생명공학 (349원 ▼18 -4.90%), 코미코 (93,500원 ▼1,000 -1.06%), 서진시스템 (26,950원 ▲1,400 +5.48%), 와이엠티 (12,870원 ▲320 +2.55%), 하나머티리얼즈 (54,900원 ▲100 +0.18%)는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특히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공모가대비 3배 이상, 신신제약은 2배 이상 주가가 오르며 공모주 투자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올해 IPO 기업 중 가장 높은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하나머티리얼즈(경쟁률 955.33대 1)의 수익률도 46.2%에 달한다.

올해 상장 기업 중 절반의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며 IPO 시장 공모주 투자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는 최근 상장한 넷마블게임즈와 아이엔지생명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이 각각 29.17대 1, 0.82대 1로 앞서 상장한 두 기업의 300대 1을 넘는 경쟁률에 한참 못 미쳤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은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코스피지수가 최고치 경신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공모주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스타 종목이나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기업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저조한 올해 IPO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상장 기업과 주관 증권사가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며 공모주 투자자의 수익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공모가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현저히 높은 기업을 동종업계라는 이유만으로 비교기업으로 삼는 등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 흐름이 예년보다 미지근한 게 사실"이라며 "IPO 기업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투자 주체 사이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은 기업과 주관사의 평가와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개별 사례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지만 투자자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책정돼야 IPO 시장에 대한 투자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