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의 티슈진, 기업가치 2조 인정 받을까

시장에서 1조~2조원(상장 후 시가총액 기준)의 고무줄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오기업 티슈진이 상장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린다. 티슈진이 개발하고 있는 세포치료제 '인보사'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오롱그룹의 미국 자회사 티슈진이 국내 증시 입성을 위한 IPO(기업공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티슈진이 보유한 인보사는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관절염과 연골 손상을 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다.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세포로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세계 첫 바이오신약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1999년 미국에 바이오기업 티슈진을 설립했다. 몇 년 동안 지켜보던 퇴행성관절염치료제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믿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만든 것. 결실을 맺기까지는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티슈진은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티슈진은 시장이 큰 퇴행성관절염을 겨냥해 개발되고 있다"며 "인공관절 치환술, 줄기세포치료 등 기존 수술요법이 아닌 1회 주사 투여로 투약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국내에만 5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 존재하며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로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티슈진이 공모절차에 들어간 것은 미국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티슈진은 지난해 12월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와 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인보사의 일본 내 독점판매 계약인데 이 가운데 12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티슈진은 지난해 약 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티슈진 기업가치는 인보사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일본지역 판권계약을 전제로 한 인보사의 글로벌 판매권 가치는 산술적으로 8조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한 티슈진의 기업가치는 2조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면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5월 티슈진 지분 1.1%를 1000만 달러에 매입했는데, 이는 티슈진의 전체 기업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지난해보다 인보사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더 커진 만큼 IPO 과정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책정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티슈진의 가치(2조원)를 감안하면, 공모예정 주식 수 150만주를 발행해 조달할 자금은 약 2500억원 정도다. 미국 임상3상 시험에는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제품 가격, 환자수, 보험급여 가능성을 고려한 시장규모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티슈진이 관절치환술 대비 경제적·치료적 이익이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미국 임상3상 시험이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 여지가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티슈진의 자기자본은 약 203억원이다. 실적과 자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가치 2조원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결국 인보사의 글로벌 시판 가능 여부와 미래 기업가치에 대한 전망이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보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만큼 IPO 과정에서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적잖다"면서도 "회사와 주관사가 어떤 구조를 통해 티슈진의 가치를 책정하고 투자자 수요를 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티슈진의 최대주주는 지분 31%를 보유한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 (16,310원 ▼50 -0.31%)이다. 이밖에 이웅열 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22,100원 ▼50 -0.23%)이 각각 20%, 14% 지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