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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모임서 동아리로'…대학가 성소수자 단체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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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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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공개·활동내용 놓고 학내 구성원과의 갈등
"성수수자라는 상징적 이유 가입은 안돼" 의견도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6.6.26/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2016.6.26/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아웃팅(Outing·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걱정? 물론 있죠. 그래도 정식단체로 인정받고 싶어요."

대학가 성소수자 단체들이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구르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다수에게 폭로되는 '아웃팅'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비밀모임'에서 '중앙동아리'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현재 전국 대학에서 15개 성소수자 단체가 동아리나 자치기구 형태로 인준받아 공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20여년 전 서울대 성소수자 모임 QIS가 대학가 최초의 중앙동아리로 등장한 이후, 더디지만 점진적으로 이뤄낸 성과다.

최근 2~3년 사이 동국대, 성신여대, 홍익대, 동덕여대, 서울과학기술대, 전북대 등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중앙동아리가 되거나 단과대 소모임으로 등록했다.

한양대의 경우 ‘한양 성적소수자 인권위원회’란 이름으로 총학생회 내 자치기구가 들어섰고, 서강대에서는 총학생회와 단과대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등이 결합된 학생단체 '성소수자협의회'가 조직됐다.

이들은 학내 공적인 영역에 성소수자를 위한 공동체가 생기는 것을 '사회안전망'에 빗댔다. 다른 모임들과 똑같은 학내 구성원·공동체로 활동하며 혐오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꾸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는 성소수자 모임이 학교 정식 동아리가 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리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자치기구인 동아리연합회에 속해 있는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성공회대와 건국대, 두 대학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신규 동아리 등록에 실패했다. 이들 단체는 다른 동아리로부터 '자격이 없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동아리원 '명부'를 내라니…총구에 몸을 들이대라는 말"

논란은 신규 동아리 등록에 필요한 동아리원 '명부' 제출 문제를 놓고 벌어졌다. 대부분 대학 동아리연합회에서는 회칙상 신규 등록 과정에서 학생들의 실명이 기재된 명부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성원을 허위로 조작하거나 임의로 부풀리는 등 비위행위를 방지하고, 동아리연합회 내부 투표와 징계 등 자치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현실에서 이름과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성소수자 모임 특성상, 실명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아웃팅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건국대 성소수자 단체인 '큐더펠릭스'(Cue the Felix)는 이와 비슷한 이유로 동아리 가입이 좌절됐다. 큐더펠릭스는 지난해부터 동아리가입을 추진하며 명부를 실명으로 등록하지 않을 것과 동아리방 명패를 붙이지 않을 것 등을 요청했지만, 기존 동아리들의 반발을 낳았다.

큐더펠릭스 관계자는 "명부를 제출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동아리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동아리 회장들 사이에서 명부를 제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 가운데 2/3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표가 반대·기권으로 향했다.

지난 7일 동아리 가입이 좌절된 성공회대 성소수자 모임 '레인'도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레인은 지난달부터 3차례 동안 동아리 등록을 위한 투표에 이름을 올렸지만, 명부 제출 문제 등으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는 데 결국 실패했다.

레인 측은 "아웃팅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회의에 얼굴을 드러내 모두가 있는 앞에서 발제하고 질의응답을 했다"며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총구에 몸을 내미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한 사립대 성소수자 단체는 비성소수자로 이뤄진 별도의 지지모임을 조직한 뒤 자신들의 명단을 함께 제출한 끝에 동아리로 인준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활동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레인은 앞으로 명부를 제출하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회칙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레인 측은 "동아리연합회로부터 방학 동안 회칙 개정팀을 운영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라고 전했다.


2017.5.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7.5.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회칙상 예외는 신중히 접근해야…활동 내용도 의문"

기존 동아리 구성원들은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데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예외조항을 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 단체의 활동 자체가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국대 한 동아리 회장은 "회칙에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신규 동아리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명부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다른 동아리 관계자는 "인권운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학내에서 뚜렷한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활동을 하며 자신들을 알려야지, 성소수자라는 상징적인 이유로만 가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 날카로운 지적도 제기됐다. 성공회대 한 동아리는 "동아리로서 책임과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꼭 등록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단순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동아리 신청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독교 동아리에 소속돼 있는 한 학생은 "인권을 위한 동아리라면 그것에 대한 폭넓은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기모임의 내용이 특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면 동아리가 단순히 친목 도모로 변질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에 대해 두 성소수자 단체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큐더펠릭스 측은 "올해 초 성소수자 탄압 문제가 대두하며 등록을 위해 피케팅 운동을 하고 기존 동아리로부터 지지 서명도 받아왔다"며 "학내 성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2학기 때도 신규 등록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레인 측은 "반대 논리는 소수자와 약자의 삶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존의 문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완벽히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구성원과 공감대 형성 필요

대학가 성소수자 모임들은 이같은 장벽을 녹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54개 대학, 59개 단체가 뭉친 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비성소수자가 대부분인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공감대를 먼저 형성할 것을 제안했다.

심기용 큐브 의장은 동아리 가입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전망이 그렇게 좋지 않다"며 "20년 동안 성소수자로 존재함을 숨기고 살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심 의장은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역량이 하루이틀 안에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지회원을 받아 저변을 확대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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