女지원자 면접 때마다 낙제점…여성 전원 탈락시킨 공기업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채용 인원을 갑자기 늘려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는 일부러 면접 점수를 낮게 줘 떨어뜨리는 등의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전국 검찰청에서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공공기관 등의 채용비리를 집중수사, 15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은 7월12일 검찰에 △금융감독원 △강원랜드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 6곳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검찰은 △서울남부 △춘천 △성남 △원주 △서산 △충주 등 전국 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하고 채용비리에 대한 자체첩보를 수집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은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유형을 △지인 청탁형 채용비리 △성 차별형 채용비리 △낙하산 맞춤형 채용비리 △금품 수수형 채용비리 및 사기 행위 등으로 나눴다.

지인 청탁형 채용비리는 자신의 친인척이나 지인 관리·감독기관 등 유관기관 인사 정치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로부터 특정인에 대한 채용청탁을 받고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 또는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합격시킨 경우였다. 금융감독원, 강원랜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이에 해당한다.

2015년 채용 당시 금감원은 애초 채용예정 인원 53명 가운데 경제학 분야에서 11명을 채용할 예정이었다. 면접 대상자는 예정 인원의 2배수인 22명으로 제한됐다. 그런데 지인이 청탁한 지원자가 필기시험에서 23등에 머문 것으로 확인되자 분야별 채용예정 인원을 1명씩 늘려 총 56명으로 증원하는 방식으로 청탁대상자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면접시험에서 청탁대상자에게 높게 점수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낮게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청탁대상자를 합격시켰다.

성 차별형 채용비리란 공정해야 할 인사절차를 무시하고 여성지원자들에 대한 점수를 임의로 낮추거나 고득점의 면접 점수를 받은 여성지원자의 면접 순위를 임의로 조작해 탈락시킨 경우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됐다.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7월 청년인턴 채용시 서류전형에서 남성지원자에게는 높게 점수를 부여하고 여성지원자에게는 낮게 부여해 여성지원자 142명 중 3명만 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면접에서는 여성지원자에 대해서만 비정상적으로 낮은 면접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여성지원자 전원을 탈락시켰다. 해당 여성지원자에게 비정상적으로 면접점수를 부여한 면접위원을 제외한 다른 면접위원들의 여성지원자들에 대한 면접점수의 평균은 지원자들 가운데 1~3등으로 합격권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낙하산 맞춤형 채용비리란 공공기관장 대표의 임용과 관련해 특정 인사가 내정된 경우 해당 인사를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특정인을 위해 채용조건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자를 채용한 경우를 말한다. 한국서부발전, 강원랜드, 금감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해 10월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사장으로 선임하기로 내정돼 있던 사람이 임원추천위원회 면접 과정에서 후보추천 3배수에 포함되지 못하게 되자 해당 후보자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한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지원자의 점수와 맞바꾸도록 해 3배수에 포함시킨 뒤 사장으로 선임했다.

금품 수수형 채용비리란 신입사원 채용 대학교수 임용 등과 관련해 지원자 또는 그 부모들로부터 채용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하거나 채용 청탁을 미끼로 돈을 받아 편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강원랜드, 한국국제대학교가 여기에 속한다.

강원랜드는 지난 2013년 1월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아들에 대한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을 청탁받고 국회의원실을 통해 청탁, 합격하게 되자 그 대가로 채무 2000만원을 면제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와 채용비리에 대해 엄단하고 공공기관 뿐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민간 영역에서의 인사·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여 범행이 확인되면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며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부처와 충분히 공유하고 제도개선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반칙과 특권에 의한 채용을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