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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또박또박'…기분 좋아져요,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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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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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2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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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하고 필사하며 '마음의 안정'찾아…자신만의 정체성 찾아 손글씨해

'나도 손글씨잘쓰면 소원이 없겠네' 핸디워크북 스티커/사진=하오팅캘리 인스타그램
'나도 손글씨잘쓰면 소원이 없겠네' 핸디워크북 스티커/사진=하오팅캘리 인스타그램
#대학생 김모씨(20)는 수업을 들을 땐 노트북을 쓴다. 병원 예약은 태블릿PC로 접수한다. 과제에 쓸 표와 그래프는 앱을 활용하고, 제출은 온라인 캠퍼스로 한다. 그가 일상에서 손글씨를 쓸 일은 거의 없지만 최근엔 취미가 됐다. 넓은 종이에 연필로 또박또박 쓰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김씨는 "사각사각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웃음 지었다.

'손글씨'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로의 회귀가 주목받으며 잊혀져 갔던 손글씨도 사랑받는 취미로 자리 잡은 것. 켈리그라피(서예의 일종)나 필사(따라 쓰는 것)를 하면서 기분 전환도 하고 결과물도 고이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손글씨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26일 온라인마켓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1월26일~2월25일)동안 아날로그 문구 판매량은 지난달 대비 급격히 늘었다. 연필 판매는 87%, 연필깎이는 59% 증가했다. 연필과 지우개 등으로 구성된 문구세트 판매도 45% 늘었다. 손글씨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한 물품도 덩달아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하오팅캘리 인스타그램
/사진=하오팅캘리 인스타그램

캘리그라피를 그리는 사람들은 "마음이 안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손으로 그린 아름다운 글씨'라는 뜻의 캘리그라피는 1990년 전통서예를 전공한 작가들 위주로 시작된 이후 점차 대중화됐다. 이날 오후 5시30분기준 인스타그램에 '캘리그라피'로 해시태그를 검색했더니 약 200만개의 게시물이 나왔다. '캘리그래피'도 20만건에 달했다.

대학원생 장지은씨(27)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캘리그라피에 푹 빠졌다. 장씨는 "캘리그라피에 집중을 하며 글씨를 쓰다보면 다른 잡 생각이 들지 않아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또 장씨는 "이후 대학원 과제도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쓰게 됐다"며 "노트북으로 쓴 글씨는 깔끔하긴 하지만 딱딱하고 재마가 없는 반면 손글씨는 나만의 감정이 담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이 취미로 연습한 캘리그라피/사진=독자 제공
일반인이 취미로 연습한 캘리그라피/사진=독자 제공

좋은 글귀를 온전히 따라 쓰는 필사도 인기다. 이날 온라인도서판매사이트 예스24의 주간 베스트셀러 5위권 안에 든 책들 중 3권이 손글씨 관련 책이었다. 예스24의 주간 베스트셀러는 최근 7일 간의 판매량과 주문 수를 기준으로 매일 1회 집계한다.

홍모씨(29)는 퇴근 후 매일같이 현대 시를 모아둔 필사 책을 꺼내들고 한장 씩 따라 쓴다. 홍씨는 "처음엔 악필을 고정하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말로 재밌어서 필사를 하고 있다"며 "벌써 세 권째다"고 말했다.
필사 책과 악필교정 책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는 서점/사진=한지연 기자
필사 책과 악필교정 책 코너가 따로 마련돼있는 서점/사진=한지연 기자

시험에 대비해 악필을 교정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직 2차 시험 준비를 하던 이모씨(26)는 선배로부터 손글씨를 교정하라는 조언을 받고 '손글씨 교정 책'을 두 권이나 구입했다. 이씨는 "손글씨를 못쓰면 그만큼 전달력도 떨어진다"며 "자격증 공부와 동시에 하루 30분씩 매일같이 글씨 교정 책을 따라썼더니, 글씨가 많이 예뻐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획일화된 디지털 시대에 개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정체성을 찾기위해 손글씨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디지털 시대라는 편리함 속에 개성이 사라졌다"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선 내 손길이 직접 닿은 아날로그적 방식이 필요하고, 가장 대표적인 게 손글씨"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도 "현대인들은 일반적인 것 보다 본인만의 것을 원한다"며 "손글씨는 생산적이기까지 하다보니니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호정 캘리그라피 작가는 "디지털이 주는 삭막함에 지친 현대인들이 위로를 받고 또 위로를 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도 가치있는 도구가 손글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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