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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의 이병헌과 앨리스…외로운 '고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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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 2018.08.0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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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진도]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인기…조선과 미국의 아픈 역사…덕수궁 옆 '고종의 길' 개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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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사진=CJ ENM), 오른쪽은 1905년 조선을 방문한 앨리스 루즈벨트(사진=서울역사박물관)
# 검정색 신사복, 코트를 입고 실크햇을 쓴 남자가 말에 올라타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미국인이되 조선 핏줄을 가진 유진 초이다.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노비였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검은 머리의 미국인으로 살게 된, 이병헌이 연기하는 미 해병대 대위 그 사람이다.

# 챙넓은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푸른눈의 여자가 돌로 된 말(석물)에 올라타 있다. 1905년9월의 일로 그 여인은 바로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인 앨리스 루즈벨트였다. 장소는 일본 낭인들에 의해 비명에 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으로 고종이 베푼 연회 자리에서였다.

20세기 전후 조선의 여명기를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나친 허구로 사실감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역사 드라마도 드라마일뿐 이라고 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드라마 속 한 장면. 고종과 극중 이병헌(유진 초이)의 첫 대면, 고종이 좌우를 물리친뒤 그에게 영어만 쓰는 이유와 본을 묻는다.

유진 초이는 "궁중의 예법을 알지 못하여 역관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답하면서 "제 본이 어딘지 모른다. 노비는 성이 없어 주인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미국과의 수교 등에 대한 조선인으로서의 의견을 묻는 고종의 재차 질문에 유진 초이는 "오해가 있다. 나는 미국인이지 조선인이 아니다. 제 조국은 미국"라고 건조하게 답할 뿐이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 외에도 영국, 프랑스 등 열강에 시달렸던 고종의 평소 생각이었던 미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그는 미국은 영토 욕심이 없는 양대인(洋大人)이라고도 여겼다)이 드러난 질문임에도 유진 초이는 차가왔다. 1880년대 전후 고종의 생각이 드러나는 실제 역사는 이랬다. 조선의 사신 일행은 1883년 9월 18일 뉴욕 5번가 호텔 대귀빈실에서 미국 대통령 체스터 아서에게 큰절을 올렸을 정도다.

가공의 인물 유진 초이의 답은 홍릉의 석물에 올라탄 실제인물 앨리스의 행동과도 다를바 없었다. 당초 이례적으로 부인의 능에서 고종이 연회를 연 것은 일본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의 죽음을 앨리스가 알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딸이자 워싱턴 D.C. 사교계의 좌충우돌녀였던 그는 시종일관 웃고 떠들뿐 그같은 고종의 목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급기야 명성황후의 혼령을 수호하는 의미를 지닌 석물에 올라타기까지 했던 것.

앨리스의 방한에 두달 앞선 1905년 7월 미국의 윌리엄 태프트 육군장관이 일본에서 가쓰라 다로 총리와 맺은 비밀협약(‘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통치를 범하지 않고,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앨리스의 아버지 루즈벨트 대통령은 러일전쟁 종료 중재로 평화에 기여했다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조선은 외로왔고 고종은 귀먹고 눈먼 신세였다. 역사의 시계를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보자.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을미왜변)되고 이듬해, 일본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돌담길을 통해 당시 아관(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다(아관파천). 그 길에는 사연이 많다. 일제 치하에서는 식민지 금융기관의 땅이었고 해방 후에는 미 대사관 부지가 됐던 것.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고종의 길'이 8월 1일부터 같은달 말일까지 한 달간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3년간 진행된 '고종의 길' 공사를 마무리하고 10월 정식 개방하기 전에 8월 한 달간 국민에게 시범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과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의 길로, 덕수궁 선원전 부지가 2011년 미국과 토지교환을 통해 우리나라 소유의 토지가 되면서 그 경계에 석축과 담장을 쌓아 복원했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고종의 길' 모습. 2018.7.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고종의 길'이 8월 1일부터 같은달 말일까지 한 달간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3년간 진행된 '고종의 길' 공사를 마무리하고 10월 정식 개방하기 전에 8월 한 달간 국민에게 시범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과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의 길로, 덕수궁 선원전 부지가 2011년 미국과 토지교환을 통해 우리나라 소유의 토지가 되면서 그 경계에 석축과 담장을 쌓아 복원했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고종의 길' 모습. 2018.7.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음에도 그길이 우리나라로 소유권이 넘어온 것은 고작 7년 전이다. 그 길이 8월부터 한 달간 시범 개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10월 정식 개방될 계획이다. 그 길에서 고종 당시 조선의 닫힌 시선을, 풍전등화 나라의 운명을 조금씩 되새겨본다면 어떨까. 120여년(을미왜변과 아관파천 당시) 뒤 민초들이 겨우 보게 된 고종의 길은 고작 120m 남짓이다.

배성민 문화부장
배성민 문화부장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8월 3일 (06:37)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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