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통화정책, 원자재 수입국보다 수출국에 더 큰 영향"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미국의 통화정책이 원자재 수입국보다 수출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원자재 수출국의 경우 자국 경제 안정을 위해 미국의 통화정책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 원자재 수입국이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BOK경제연구-미국의 통화정책이 원자재 수출국과 수입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의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경우 금리인하로 미국의 총수요가 증가해 미국의 원자재 수입수요 증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원자재 수출국의 수출이 수입국보다 더 크게 늘어났고 수출국의 생산도 수입국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미국의 총수요 감소→미국의 원자재 수입 수요 감소 및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원자재 수출국의 수출이 수입국보다 더 크게 감소→수출국의 생산도 수입국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로를 보였다.

또 보고서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실증분석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원자재 수출국의 경우 변동환율제를 적용한 국가보다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환율변동 방지를 위해 이자율을 변동시켜 생산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인하를 할 경우 이로 인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선 고정환율제 원자재 수출국은 변동환율제의 경우보다 이자율을 더 큰 폭으로 내려야 한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출국의 생산이 변동환율제 때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 원자재 수출국은 변동환율제의 경우보다 이자율을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원자재 수출국의 생산이 변동환율제 때보다 더 많이 감소한다.

김명현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나 베네수엘라 등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원자재수출국의 경우 미국의 통화정책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국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국제원자재가격 변동을 통해 미치는 영향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