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스토어협회 차기 회장 놓고 유통업계 미묘한 신경전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 왼쪽에서 3번째)이 지난해 5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유통업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왼쪽부터 이갑수 이마트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2018.05.04.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업체들의 대표 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차기 회장을 두고 유통업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 회장인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가 롯데자이언츠 대표로 옮겨가면서 1월 2일부터 공석이된다. 차기 회장을 선임해야 하지만 서로 고사하는 분위기이다.

김종인 전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회장을 맡았다. 그러다 지난달 인사에서 문영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로 교체됐다. 2년 임기를 절반도 못 채웠다.


업종단체 회장은 회원사 중 한 곳이 회장사로 선정되면 대표가 취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회원사 대표가 교체되더라도 후임자가 잔여 임기를 맡아 자동 연임한다.

반면 체인스토어협회는 정관에 잔여임기 관련 규정이 없다. 따라서 협회는 이달 중 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자동연임 규정이 없는 만큼 주요 회원사들이 모여 협의를 통해 새 회장을 추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내심 회장직 수임을 부담스러워한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유통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대거 계류돼 있어서다.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확대적용, 출점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체인스토어협회장이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 논의가 격화되면 국회에 불려나갈 가능성도 있다.


대형마트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하며 부진에 빠진 가운데 이커머스와 디지털스토어 등 신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업계 대표로서는 가욋일인 협회장이 부담스럽다.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전임 김종인 대표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교체된 만큼 문 대표가 선뜻 손들고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나서서 협회장을 맡고 싶어 하겠냐"고 토로했다.

반면 신세계와 홈플러스는 임기 2년중 절반도 채우지 못한 만큼 롯데마트 문 대표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3년부터 10여년간 이승한 전 홈플러스 대표가, 이후 이갑수 이마트 대표가 3년 가량 회장을 맡았다. 또다시 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군소 업체 대표가 나설 수도 있지만 업종 대표성을 고려하면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 빅3 외에도 농협하나로유통과 GS리테일, 올리브영, 이랜드리테일, 다이소, 메가마트 등 5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지만 실제로는 3개사가 주도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임 회장이었던 이승한 전 대표가 장기간 회장을 맡았던 것도 다른 대형사 CEO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업계가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기로 한 만큼 롯데가 결단하는 게 자연스럽고 이참에 잔여임기 관련 협회정관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