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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자녀를 놔두셔야합니다"… 현실 속 'SKY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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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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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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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해도 확실한 행복, '공못행'-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 지속 스트레스 줄 경우 정서적 문제 일으키고 공격성이나 비행 낳기도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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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빨간날]"자녀를 놔두셔야합니다"… 현실 속 'SKY캐슬'
#2011년 3월 서울 광진구에서 고등학생 3학년 A군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8개월간 안방에 내버려뒀다가 검거됐다. A군은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인물이었다. 살해 전 어머니는
A군을 사흘을 잠을 못 자게 하고 공부만 강요했다. 정신력을 기르라며 밥도 굶겼다. 책상 앞에서 졸았다고 밤부터 아침까지 골프채로 200대를 때리기도 했다. A군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이 큰 인기를 얻으며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드라마는 입시전쟁에 시달렸거나 시달리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학부모들은 '서울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두고 자녀들에게 맹목적으로 이를 강요한다. 수억원을 주고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고, 입주 과외를 들이며, 아이들의 하루 일정을 학원으로 꽉 짜놓았다.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가출하고, 도둑질을 하기도 하며, 본인의 학적을 속이는 등 특이 행동을 보인다.

다수 사교육 관계자·경험자 등은 드라마 속 상황과 실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자녀 학업 성적에 대한 학부모들의 집착이나, 이로 인해 받는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등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반영돼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불안감이 낳은 '학업 스트레스'"달려오는 지하철에 뛰어들고 싶었다"

'서울 3대 사교육지' 노원구 중계 은행사거리에 거주했던 직장인 B씨(29)는 학창시절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과거 "외고에 진학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이끌려 과외와 학원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로부터 받던 폭언도 큰 고통이었다.

B씨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때 중간고사를 보고 성적표가 나온 뒤 엄마와 함께 집을 가던 날의 일이다. 당시 영어과목에서 문제 하나를 실수로 틀렸다. 그런데 엄마가 내내 인신공격을 했다. '이대로면 외고 입시는 틀렸다'거나 '왜 사냐'면서 말이다. 그때 '지금 지나가는 지하철에 뛰어들면 엄마한테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대치사거리 근처 /사진=이재은 기자
24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대치사거리 근처 /사진=이재은 기자
이 같은 '특목고 입시 스트레스'는 현재도 '특목고·영재고·자사고 입시 스트레스'나 'SKY 진학 스트레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파·노원·강북 등의 초중고등학생 대상 국어강사 C씨는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 '어디를 진학해야한다'며 자녀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C씨는 "아이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좋을텐데,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아 안타깝다"면서 "그저 부모가 시키는대로 특목중이나 자사고 등에 갔다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아 후회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실제 본인의 의지나 꿈과 큰 관련 없이 부모의 압박에 못이겨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D양(예비고 2·대치동 거주)은 "딱히 장래희망 같은 건 없다"면서 "부모님이 직접 성적 관리를 하고 학원을 골라 보내는데 학업성적도 중상위권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님은 공부를 잘해야 대학을 좋은 곳 갈 수 있고, 그래야 잘 살 수 있다고 한다"면서 "그 말이 틀린 말 같지는 않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만 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서 한 학생이 학부모의 차에서 내려 학원을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서 한 학생이 학부모의 차에서 내려 학원을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적음에도 부모의 바람에 따라 학원을 전전하게 된 이유로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감'을 꼽았다. 즉 다른 아이들에게 밀릴까봐 사교육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특히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대치동 주변에서 이 같은 경향성이 나타났다.

E군(예비 중 1·대치동 거주)은 "대치동에선 6살 때부터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이제 중학생이 되고, 내 여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우리 둘 모두 6살 때부터 수학과 영어 등 과외를 했다"고 말했다.

E군은 이어 "오는 5월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 7월엔 물리올림피아드(KPhO)가 있고, 그 뒤 11월엔 KMO 2차가 있다"면서 "대치동에선 공부를 보통 정도만 해도 모두 이런 경시대회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도 다 이렇게 한다. 우리 부모님도 주변에서 모두 하니 어쩔 수 없이 시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 "엘리트 중심적 인식 타파해야"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학업을 강요하거나, 장래희망 등을 강요하는 양육태도는 자칫 자녀의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 같은 태도가 '엘리트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한 것이라면서 생각 전환을 요구했다.

논문 '부모의 과보호적 양육태도가 청소년비행에 미치는 영향'(2014,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이승우씨는 "부모가 마치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겨 자녀의 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태도는 불안과 우울 등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공격성이나 비행 등을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해만 자살한 청소년은 114명이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학생은 451명, 자해 행위를 시도한 학생은 2200명 수준이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 속 성적 부진, 입시 고민 등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권일남 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명지대 청소년지도학 교수)은 "물론 청소년기는 학업을 하는 기간이므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소위 SKY대학 등 좋은 곳을 나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부모가 자녀를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엘리트 중심적 인식을 타파해야만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와 대화하고 협업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학회장은 또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운동 등 각종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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