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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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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동욱 기자
  • 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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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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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와의 전쟁](종합)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2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간인인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5월 본격 가동된다. 자본시장 민간 경찰 출범과 함께 진화하는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당국의 활동에 하나의 전기가 마련 됐다.


자본시장 민간경찰 ‘특사경’ 온다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①수사권 없는 금감원, 특사경 통해 '작전세력' 잡는다

2010년 11월 한국 증시를 의도적으로 폭락시켜 그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던 ‘도이치뱅크 옵션 쇼크’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주범인 외국인들은 해외에 머물며 대한민국 법의 처벌을 피했다. 이 사건을 주도했던 데릭 옹 전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이 4월1일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에 걸려 체포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무려 8년 만이다.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개별 종목이 아닌 한국 대표 주가지수를 흔들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상처를 줬다. 개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약 14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 한 곳은 파산했다.

당시 사건을 겪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등 일부 세력들이 대한민국 주가지수 시세를 조정해 부당한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에 지금도 당시의 분노와 치욕감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불공정거래는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인위적인 부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움직인 특정 세력은 돈을 벌고,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피해를 본다.

이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당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반칙'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 방식의 조사 및 단속은 의미가 없어졌다.

최근 불공정거래 수사에서 '속도'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수행 중인 금감원은 현재 수사권이 없다.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면 금융위와 검찰 등 수사권을 쥔 기관에 '건의'해야 하는 구조다.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불공정거래 세력들도 금감원이 '물방망이'인 것을 안다. 이들을 어렵사리 금감원 문답실에 불러 앉혀 범죄사실을 묻는다고 해도, 구속력 있는 수사와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소위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의 경우, 조사를 시작한 금감원의 유선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속도가 느리다보니 현재 미처리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대·긴급 사건을 곧바로 검찰로 넘기는 '패스트트랙'을 만들었지만, 속도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불공정거래 단속은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다.

5월 중 금감원 직원에게 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업경찰(특사경) 제도가 본격 가동된다. 2015년 8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약칭 사법경찰직무법) 일부 개정으로,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 직원이 특별사법경찰에 지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지 4년 만이다.

특사경은 경찰의 권한이 미치기 곤란한 특정 지역이나 전문영역에 한해 일반공무원 등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가 줄어들지 않고 조사권의 한계로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방식은 금융위원장이 특사경이 될 금감원 직원을 추천하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면 수사권이 부여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권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있지만 실질적인 조사업무는 금감원이 맡고 있다.

수사권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한해 관계자·당사자 신문권,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출국금지 요청권,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 신청권 등이다. 수사 범위는 증선위원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으로 지정하고 곧바로 검찰로 넘기는 사건으로 한정했다.

특사경 사무실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출입통제 시스템 등 '방화벽'을 갖춰 금감원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특사경 전용 전산설비도 별도로 갖춘다. 금감원은 예산을 확보하는대로 특사경 사무실 설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사경 조직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금감원은 내부 지원을 받아 선발한 특사경 후보 10명에 대한 명단 작성을 마쳤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인사 문제 등을 감안, 현재 남부지검에 근무 중인 파견자 8명은 일단 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특사경은 조사국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원승연 자본시장 부원장 산하에 둔다. 명칭은 '자본시장범죄 조사단'이 유력하다. 특사경 10명 중 직급이 높은 1명을 단장으로 선임해 조직을 이끌도록 할 계획이다.

임동욱 기자, 배규민 기자



'어벤저스' 특사경…조사국 베테랑 모였다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②2년 걸리는 금융범죄 사건, '강제수사권' 통해 신속처리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자본시장조사의 특공대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 조사 시스템으로는 짧은 기간 내 처리가 불가능한 중대 사건을 사법경찰권, 즉 강제수사권을 활용해 신속하게 처리하게 된다.

특사경 후보명단에 오른 10명은 모두 금융감독원에서 조사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회계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특사경 후보에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금감원 조사국 소속으로, 추후 인력보충 문제 등을 감안해 일부는 조사국 외에서 선발했다.

금감원이 특사경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금융범죄 발생부터 금감원, 금융위원회 조사 후 수사통보, 검찰을 거쳐 재판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약 2년으로 너무 길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소액투자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초동수사가 중요한데 금감원의 임의수사권으로는 사실상 어렵다"며 "특사경이 도입돼 강제수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보다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권력남용' 및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는다. 금감원은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용노동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도 이미 특사경이 운영 중인데 특별히 문제 된 건은 없었다"며 "형사소송법 수사체계에 따라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어 권한 남용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사경 수사가 끝난 후 증권선물위원장에게 수사결과를 통보하고, 증선위는 과징금 부과,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 필요성을 검토한다. 두 기관은 2년 후 특사경의 성과 및 한계 등 중간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의 규제 관련 조사·조치 권한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의 고유 권한이다. 증권의 발행 및 유통 관련 조사, 조치 권한은 본래 금융위의 권한이나 증선위에 위임돼 있다. 단 5억원을 초과하는 과징금의 부과, 1개월 이상의 업무 전부 정지, 지점 그 밖의 영업소의 폐쇄 조치는 금융위가 맡는다.

증선위의 권한 중 실제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는 금융감독원장에게 위탁돼 있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제도 개선 및 사건분석을 맡는 '조사기획국', 거래소 통보사건 처리를 전담하는 '자본시장조사국', 불공정거래와 분식회계가 중첩된 복합사건 및 테마주, 외국인 연루 사건 등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는 '특별조사국'을 두고 있다.

금융위도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사무처장 직속 '자본시장조사단'을 설치·운영 중이다.

임동욱 기자




‘광덕물산'에서 'UC아이콜스'까지…진화한 불공정거래 30년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③1988년 첫 불공정거래 적발, 최근엔 SNS 이용 시세조정까지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1987년 7월.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 검사국은 한일증권 영업부에 대한 특별검사를 수행 중 영업부에 '박아무개'라는 가명계좌를 개설한 누군가가 총 발행주식의 8%가 넘는 광덕물산 주식 50만주를 매도한 사실을 발견했다.

뭔가 이상했다. 수상한 냄새를 맡은 검사원이 해당 주식의 출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검사3국 소속 검사원 4명을 투입해 내부자거래 혐의 사실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결국 대표이사가 연루된 내부자거래를 포함해 시세조종, 대주주 주식소유상황 보고 불이행, 주식매매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자금 유용 등을 밝혀냈다. 광덕물산 회장 김모 씨는 사상 처음으로 주식 내부자거래로 구속됐다.

이것이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간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30년'을 통해 밝힌 우리나라 최초의 불공정거래 적발 사례 '광덕물산'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반칙거래'의 진화

1990년대 들어서는 '시세조종'이 본격 등장했다. 1990년 상장사 대표들이 6개 상장사에 대해 시세조종을 하다 적발됐고, 1991년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증권브로커와 공모해 자신이 일임받아 거래하던 증권계좌에서 가장매매, 통정매매 등 시세조정을 한 '진흥상호신용금고 사건'이 터졌다.

분식회계도 등장했다. 1992년 신정제지가 거래소 상장 3개월 만에 부도로 상장폐지되는 사건이 터졌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른바 '작전'의 형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극복 이후 코스닥 광풍이 불었다. 리타워텍은 34일 연속 상한가 등 단기간에 주가가 140배 넘게 폭등했다 추락했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금융감독원은 오너 최 모 회장이 주식교환방식을 통한 자회사 인수를 쉽게 하기 위해 시세조정을 부탁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 등을 밝혀냈지만, 외국 국적인 그는 이미 해외로 나간 후였다.

'2001년 적발된 삼애인더스 사건은 '보물선'이라는 소재를 불공정거래에 이용한 첫 사례다.

2004년에는 상장회사가 주금을 아예 납입하지 않은 채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 유통시킨 사상 초유의 ‘유령주 파동’ 사건이 벌어졌고, 2005년 전후로 엔터테인먼트 테마주의 주가 조작 사건 등이 터졌다.

2007년에는 사상 최악의 시세조정 사건이 터졌다. 자동차용 베어링 제조사인 루보는 불과 10개월만에 주가가 무려 57배 상승했는데, 시세조정 1세대로 불리는 김 모씨가 ‘다단계방식’을 시세조정에 도입했다.

주가조작의 ‘완결판’은 2008년 상장폐지된 ‘UC아이콜스’ 사건이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무자본 인수합병(M&A), 불성실 공시, 대주주 횡령, 작전 전문 브로커, 명동 사채업자, 투자회사 개입 등 온갖 종류의 음모와 작전세력들이 총 망라된 ‘작전의 완결판’으로 본다.

◇불공정거래의 ‘첨단화’

2009년에는 주가지수연동펀드(ELS) 만기시점에 거래담당자가 시세를 조종, ELS 투자자들이 22%의 수익 대신 25%의 손실을 떠안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2010년대 초반 발생한 초대형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은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2014년 주부 권 모씨는 지인으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하는 합병 정보를 입수한 뒤 네이버밴드에 채팅방을 개설하고, 회원들과 함께 시세를 조정하다 덜미를 잡혔다.

세상의 이목을 끈 ‘청담동 주식부자’ 이 모씨 사건은 2016년 7월 금감원의 비상장주식 부정행위 기획조사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임동욱 기자



남의 것 뺏는 심각한 범죄…허위공시 등 집중 조사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④징벌적 과징금 등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 필요

불공정한 거래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개념을 넘어 다른 사람이 취할 이익을 뺏어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심각한 범죄다.

투자자자들의 자본시장의 대한 신뢰도가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불공정거래의 심각성에 비해 적발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2017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불공정거래혐의 사건 누적 건수인 1064건 중 미공개정보이용 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 3대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비중이 72.3%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사통보 또는 고발한 748건 중 지난해 2월까지의 처리율(기소 또는 불기소 처리 비율)은 51.1%에 머물고 있다. 부정거래 사건의 처리율은 33.3%로 가장 낮으며 사건 비중이 가장 높은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처리율도 46.9%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처리에서만 평균 1년이 넘다 보니 최종 사법 처리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형사제재뿐 아니라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의 발생시점부터 형사처벌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처벌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동일한 회사를 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재발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로 취한 이득은 즉시 환수하고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형사제재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재 수단을 활용하는 추세다.

미국은 1984년 내부자거래제재법을 제정하면서 내부자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민사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1990년 증권법구제법이 제정되면서 내부자거래 외의 사건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영국은 2000년 통합금융법인 금융서비스시장법을 제정하면서 시장질서남용규제체계를 구축해 형법에 의하던 금융범죄를 민사적 범죄로 전환해 형사제재가 아닌 행정제재를 통해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04년 증권거래에 관한 집행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당시 증권거래법(현 금융상품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행정제재의 일환으로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과징금 부과대상 행위를 대폭 확대했다.

한국은 현재는 형벌부과만 가능해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를 적발해도 검찰 통보나 고발 조치만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미공개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등 전통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재 신설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허위공시, 외국인 이상매매, 공매도를 올해 중점 조사 대상에 올렸다. 무자본 인수합병(M&A), 해외투자, 신사업 진출 등 허위공시와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최우선 타깃이다. 허위공시 등을 이용한 부정거래 적발건은 2017년 10건에서 2018년 2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영권 변동 직후 신규 사업 추진 보도 등으로 주가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신중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며 “특히 무자본 M&A 방식으로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단기간에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어 지배구조 관련 위험요인을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의 시장규율 행위도 집중 감시 대상이다. 외국인의 이상매매 동향 분석 등을 통해 고빈도 매매(HFT) 등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HFT는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주문생성을 기계화한 초고속 매매방식이다.

공매도도 요주의 대상이다. 차입 공매도 급증 종목 등에 대해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만약 불공정 거래로 의심될 경우 기획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상장사 대주주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조사도 지속한다. 특히 한계기업의 대주주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내부정보를 활용해 매매를 하는 행위 등은 금감원이 주목하는 범죄다.

배규민 기자



2010년 11월11일 오후 2시50분 '그들이 움직였다'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⑤악의적인 주가하락·잔인성 '픽션'…금감원 수사권한 한계 등 꼬집어

이른바 '옵션쇼크'를 일으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고발된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소재한 이들 회사에서 수색을 마친 검찰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로비를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옵션쇼크'를 일으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고발된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소재한 이들 회사에서 수색을 마친 검찰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로비를 나서고 있다.

2010년 한국 증권시장을 뒤흔들었던 '11.11 옵션쇼크’ 사태의 주범이 잡혔다. 데릭 옹(Derek Ong) 전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이 지난달 1일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에 의거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통보를 받은 한국 검찰은 즉각 ‘긴급 인도 구속’을 신청했다. 해외에 머물며 한국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던 그는 기소 8년 만에 대한민국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월 11일은 옵션 만기일로, 특별한 호재나 악재가 없었던 날이었다. 그런데 장 마감 10분 전,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2시 50분부터 3시까지 10분 동안 약 2조원 이상의 엄청난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매도 폭탄에 코스피 지수는 53.12포인트(2.7%) 떨어졌고, 코스피200지수도 10분 사이에 2.8% 급락했다.

이 여파로 당시 코스피200 풋옵션(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 등을 팔 수 있는 권리)을 샀던 투자자들은 10분 동안 최대 499배의 수익을 냈다. 반면, 콜옵션(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 등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행사가격보다 종가가 크게 낮아져 권리 행사를 포기해야 하는 등 옵션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콜옵션에 투자한 개인과 자산운용사들의 피해액은 최고 1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량매도주문을 주도한 기관투자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한국 계열사인 도이치증권코리아였다. 이들은 풋옵션으로 투기 포지션을 구축한 후 보유 주식을 단시간 내 대량으로 매도해 주가지수를 떨어뜨린 뒤 풋옵션에서 큰 수익을 얻는 방안의 ‘작전 설계도’를 그렸다.

작전 실행 당일 오후 2시 50분 동시호가 시간대에 접어들자마자 보유하고 있던 현물을 7회로 나눠 4.5%~10% 낮은 가격으로 대량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10분간 체결된 규모는 2조6485억원이었으며, 이 중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코리아로부터 나온 물량은 전체의 92%에 달했다.

이 작전으로 이들이 옵션 포지션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은 총 449억원. 반대로 주가지수 상승에 베팅한 옵션 투자자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한 자산운용사는 이 건으로 898억원의 피해를 입고, 결국 파산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1년 1월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국인 4명, 한국인 1명, 도이치뱅크 및 도이치증권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하고, 국내 법인에 대해선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들이 거둔 시세차익 448억원은 국고계좌로 압수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주범이던 외국인들은 해외에 머물며 처벌을 피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를 위해 영국, 프랑스, 홍콩 등에 사법 공조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송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한국인인 박 모씨와 한국법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 2016년 1심에서 박 씨에 대해 징역 5년, 도이치증권코리아에 대해서는 벌금 15억원 및 추징금 약 12억원, 도이치뱅크에 대해서는 약 437억원의 추징금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동욱 기자



불공정거래의 끝판왕 영화 '돈'…현실과 다른 점은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⑥악의적인 주가하락·잔인성 '픽션'…금감원 수사권한 한계 등 꼬집어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돈'은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은 실적 '0'으로 해고 직전에 처한다. 이때 전설적인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를 만난다.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 제안을 받고 실제로 큰돈을 만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이 작전 세력을 쫓는 내용이다.

영화 감독은 작전의 과정보다 돈을 놓고 인물들이 겪는 갈등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또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영화에는 공매도와 스프레드 거래,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작업 등 불공정거래의 사례들이 두루 등장한다.

영화를 만들 때 자문했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 작전을 할 때 특정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장에 불을 내고 대표이사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 등장하는데 실제는 그렇게 잔인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 조작 등의 불공정거래에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전략이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들이고 결제일 안에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영화처럼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에 관한 부정적인 소문을 내는 등 인위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전 정보를 취득해 대량 공매도해 시장을 흔드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MT리포트] 2010년 11월 11일... 그날, 놈들이 움직였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차입 공매도 급증 종목 등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발견될 때 기획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권한 있어요? 없으면서 이렇게 찾아오시면 안 되죠." 작전에 참여한 주인공 조일현이 금감원 검사역인 한지철에게 자주 한 말이다. 금감원이 자본시장을 들여다보고 (임의)조사를 하지만 직접 수사권한이 없는 것을 꼬집었다.

영화 후반부에는 금감원 검사역도 검찰·경찰 관계자와 함께 작전 세력을 잡는 데 직접 참여하지만 아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일 금융위원회에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영화가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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