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순익 40% 증발…증시 뒤덮은 '어닝쇼크' 공포

한국 대표 기업들의 '어닝쇼크' 공포가 증시를 뒤덮고 있다. 올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점점 낮아져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40%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5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어닝 시즌' 테이프를 끊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에쓰오일(S-Oil), 이마트, 네이버 등 다양한 산업군 간판 기업들까지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38조→23조' 증발한 순이익…'최악 실적시즌' 현실로=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기업 181곳의 총 순이익 추정치는 22조5635억원으로 전년 동기(37조6751억원) 대비 40.1% 줄어든다.

매출액 합계는 461조6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31조6124억원으로 33.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17년 43조1807억원에서 2018년 47조7297억원으로 늘었던 이들 기업 영업이익이 올해는 30조원대를 겨우 턱걸이한 셈이다.

이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됐던 지난 1분기 영업이익(-27.8%)·순이익(-30.4%) 감소폭 보다도 부진하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긴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소폭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3개월 전인 2019년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존재한 135개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을 들여다보면 4월 초에는 총 26조7452억원이었지만 6월초엔 23조1683억원으로 줄었다. 7월 현재는 22조4348억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3개월 전 추정치보다는 16.1%, 1개월 전보다는 3.2% 각각 감소한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기업 실적과 각종 경제 지표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 부진 이슈가 현재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IT·정유화학·인터넷' 등 부진…턴어라운드는 '4분기'=종목별로는 삼성전자 (73,500원 0.00%), SK하이닉스 (189,200원 ▼6,500 -3.32%) 등 시가총액 1·2위 IT·반도체 종목들의 부진이 점쳐진다. 지난해 2분기 5조5000억원을 웃돌던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올해 8000억원 수준으로 85% 안팎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역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으로 15조원에 육박했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100,000원 ▼2,200 -2.15%)·에쓰오일·롯데케미칼 (113,100원 ▲2,300 +2.08%)·LG화학 (351,500원 ▲1,000 +0.29%)·한화케미칼 (31,450원 ▼750 -2.33%) 등 정유·화학기업 영업이익 추정치도 지난해 동기 대비 40~50% 줄었다. 네이버·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인터넷·게임 기업들도 20% 이상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61,300원 ▲500 +0.82%)·제주항공 (10,840원 ▲190 +1.78%)·셀트리온 (176,200원 ▼1,100 -0.62%) 등도 이익 감소폭이 크다.

그나마 유통·패션·식품 등 내수 기업이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농심·동원F&B·오리온 등이 기저효과를 발판삼아 2분기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휠라코리아·호텔신라 등도 실적주로 분류된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주도 동반 성장 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높은 반도체 수출 의존도를 꼽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반도체 부진으로 한국 전체 수출 역시 7% 이상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환율, 최저임금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기업 실적 부진 배경이다.

국내 기업 실적은 올 3분기까지 감소하다 4분기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순이익은 72.3% 각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