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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곰팡이와 공생하는 반지하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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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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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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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한국의 빈곤]②습기로 방 안에는 악취…대낮에도 어두컴컴

[편집자주]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극빈층에 해당하는 네 가족이 부유층인 박대표 집에 '기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자에게 기생하는 빈곤층이라는 소재 외에도 영화 속 요소요소에 자리하고 있는 빈곤을 나타내는 상징을 통해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가난'이 완성되고 대물림되는지, 빈곤층이 다른 타인과 어떻게 격리되는지 등을 4회의 현장르포를 통해 살펴봤다.
거여역 5번 출구로 나와 들어간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거여동 쪽방촌/사진= 임찬영 기자
거여역 5번 출구로 나와 들어간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거여동 쪽방촌/사진= 임찬영 기자
#.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반지하 골목, 계단을 내려가자 곧 바로 어둠이 밀려왔다. 스마트폰을 들어 주변을 밝히자 복도 구석과 계단 사이사이를 뒤덮은 거미줄이 보였다. 습기로 녹이 슨 현관문 앞에는 먼지와 쓰레기가 수북했다.

거여역 5번 출구를 나와 골목을 지나면 주변 풍경과 사뭇 다른 골목이 자리 잡고 있다. 일명 ‘반지하 골목’이다. 거리에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반지하는 이곳의 상징이 됐다. 50m 길이의 긴 막대 형태의 골목 사이사이에 300여 가구의 반지하 방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오전 10시, 해가 뜬 지 5시간이 넘었지만 반지하에는 아침 햇살이 들어오지 않았다. 반지하 대부분이 어두웠지만 불을 켜놓은 집은 한두 집밖에 없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전기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지만, 이를 낼 여력이 없는 이 곳 주민들은 LH 등 정부 지원금을 받아 이를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막내아들과 함께 사는 조모 할머니(83) 방도 블라인드를 쳐 놓은 것처럼 어두컴컴했다. 조 할머니는 "몇 년 전 발병한 심장병으로 병원비 수백만원을 써 해 전기료조차 부담"이라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불을 꺼놓고 지낸다”고 했다.

조 할머니는 장마도 걱정이다. 비가 오면 빗물이 새고 집에 습기가 찬다. 조 할머니는 "남의 집이라 (환기 때문에) 창문을 항상 열어놓을 수밖에 없다"며 "매년 비가 와서 방이 젖어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산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반지하촌 한 방 모습/사진=임찬영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반지하촌 한 방 모습/사진=임찬영 기자
장마를 전후로 곰팡이와 전쟁도 시작된다. 3평 남짓한 반지하 단칸방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박모 할머니(100)는 곰팡이 냄새를 제거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박 할머니는 "선풍기를 틀고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놓아야 그나마 살만하다"며 "비가 오는 날에는 창문과 현관문을 열 수 없어 악취를 맡으며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지하촌 주민들은 매일 어둠 속에서 곰팡이와 살고 있다. 그나마도 열악한 이곳마저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반지하촌 바로 옆에 위치한 거여동 뉴타운과 위례신도시의 영향으로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은 '거여 제3지구'로 불리며 재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개발의 영향으로 갈 곳 없는 분들이 떠밀리듯 들어와 사는 곳이 반지하촌"이라며 "만약 재개발이 된다면 반지하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또다시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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