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도 보험금 줘야 하나"…면책 도입 논란 재점화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과 기준이 강화됐지만 가해자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내고도 보험금은 다 탈 수 있도록 돼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보험에는 예외를 두더라도 상해보험에서는 중대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같은 중대과실 사고는 반사회적 위법행위 조장할 수 있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면책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3년째 계류중이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보험업계는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처럼 단순한 교통법규의 위반이 아닌 반사회적인 행위의 경우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질 수 있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의의 다른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위법행위를 해서 사고를 낸 가입자에 대해서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며 보호하는 것은 보험제도의 원리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당사자의 선의를 요구하는 보험정책과도 상반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계약의 경우 사망이 주요 담보이기 때문에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음주나 무면허 사고만 예외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외에도 경찰공무원의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등 11개의 중과실을 규정한다. 특별히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면책을 인정하게 되면 형평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년 전인 1999년 “경과실과 중과실의 경계가 모호하고 약자의 지위에 있는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며 면책에 대한 위헌 제청 심판에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보험업계는 무면허·음주운전 등 위법행위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상해보험은 면책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주운전자가 자살이나 자해를 목적으로 운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는 음주운전사고를 낸 범죄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도덕적인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무면허·음주운전 보험회사 면책은 현재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학계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적극적으로 국회 입법화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